세모(歲暮) 5제(題)
I. 세모가 되어 가까운 친구 몇 명과 통화를 했다. “어때, 별일 없지” “그래, 그런대로 괜찮아” “그럼 됐지, 더 이상 뭘 바래” “그럼, 우리 나이에” 전화를 끊고 나니, ‘황혼의 엘레지’가 따로 없다. II. 가까운 친구가 메일을 보냈다. “새해에는 밭일은 고만해, 경작면적을 크게 줄여 봐” 내가 답했다. “그러잖아도 밭은 줄이고, 나무를 더 심을 생각이야. 그래도 내가 이 만한 건강을 유지하는 건, 여름의 흘리는 땀 때문이라고 생각해“ III. 벼르다가 며칠 전에 영화 '국제시장‘을 보았다. 주인공 나이가 우리 또래였다. 바로 우리 세대의 삶의 기록이었다. 1951년 1월 혹한 속에 열엿새를 걸어 대구에 이르렀던 피난길이 생각났다. 보다 울다, 울다 보다 했다. 내가 한창 유럽 유학하던 시절,..
2015.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