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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세상에 이런일이(3)

2014. 10. 16. by 현강

                                    I.

  그간 우리 동네 산지(소나무숲) 훼손 문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친지, 제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는데 드디어 결론이 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동네 주민의 고충민원을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고성군청에 ‘토석채취 허가를 취소’하라고 ‘시정권고’를 명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의 편에서 동네 주민의 ‘작은 목소리’를 우렁찬 ‘큰 소리’로 답한 것이다. 우선 권익위원회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그간  많은 조언과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II.

  고성군청이 지난 6월 우리 동네 울창한 명품 소나무숲을 밑동만 남겨두고 통째로 허물어뜨리는 토석채취 허가를 내자, 주민들은 고성군청에 허가취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두 번 냈다(앞선 글 ‘세상에 이런 일이’ 1.2. 참조). 그러나 그것이 무위로 돌아가자, 주민 대표들은 지난 8월 19일 강원도 최문순 지사에게 간곡하고 절절한 내용을 담은 민원을 냈다. 그러나 불과 사흘 후인 8월 21일, 도에서는 그것은 군의 관할사항이니 그곳과 얘기하라는 답신이 왔다. 마치 기다렸다가 답을 보내는 것 같았다. 허망하고 힘이 빠졌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무시당한 느낌이어서, 무척이나 불편한 심경이었다.

 

  동네 주민들은 이번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희망을 걸었다. 별첨 자료와 함께 권익위원장에게 간곡한 글을 썼다.

 

  “부디 국민권익위원장님께서는 강원도 동북단 고성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어처구이없는 사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시고, 새 고성군수님께 강원의 미래와 주민의 권익 및 복지, 그리고 자연친화적 관점에서 정의로운 결단을 내려주시도록 권유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권익위원회에서 조사관이 파견되어 문제의 산지를 돌아보고, 군 관계자와 주민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그리고 고충민원처리 결과가 나오기 까지 조마조마한 심경으로 한 달여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랜 가뭄끝에  단비같은 반가운 소식이 온 것이다. ‘시정 권고’ 소식을 듣고, 우리 부부는 함께 손을 맞잡고 환호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더 드높아 보였다.

 

                                  III.

  두 어달 전, 한 제자가 내게 전화를 걸어 걱정스런 목소리로 “왜 골치 아픈 일에 관여하세요. 모르는 척 하세요”라고 말했다. 그 때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네. 진정이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원암리 산33 일대의 소나무숲 산지가 고성군의 소나무 지키기에 마지노선이자, 리트머스 시험지이네. 소나무 남벌을 해서 안 될 모든 조건을 고르게 갖춘 이 산지마저 통째로 무너지면 앞으로 고성군 어디서도 앞으로 우리의 미래자원인 소나무를 지킬 수 있는 명분도, 여지도 다 사라지네. 이 선이 무너지면, 산림업자들이 ‘그것도 가능했는데, 이제 정말 거칠 것이 없다’고 생각할 걸세. 나는 그것이 정말 무섭네. 그래서 이러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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