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그간 우리 동네 산지(소나무숲) 훼손 문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친지, 제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는데 드디어 결론이 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동네 주민의 고충민원을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고성군청에 ‘토석채취 허가를 취소’하라고 ‘시정권고’를 명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의 편에서 동네 주민의 ‘작은 목소리’를 우렁찬 ‘큰 소리’로 답한 것이다. 우선 권익위원회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그간  많은 조언과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II.

  고성군청이 지난 6월 우리 동네 울창한 명품 소나무숲을 밑동만 남겨두고 통째로 허물어뜨리는 토석채취 허가를 내자, 주민들은 고성군청에 허가취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두 번 냈다(앞선 글 ‘세상에 이런 일이’ 1.2. 참조). 그러나 그것이 무위로 돌아가자, 주민 대표들은 지난 8월 19일 강원도 최문순 지사에게 간곡하고 절절한 내용을 담은 민원을 냈다. 그러나 불과 사흘 후인 8월 21일, 도에서는 그것은 군의 관할사항이니 그곳과 얘기하라는 답신이 왔다. 마치 기다렸다가 답을 보내는 것 같았다. 허망하고 힘이 빠졌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무시당한 느낌이어서, 무척이나 불편한 심경이었다.

 

  동네 주민들은 이번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희망을 걸었다. 별첨 자료와 함께 권익위원장에게 간곡한 글을 썼다.

 

  “부디 국민권익위원장님께서는 강원도 동북단 고성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어처구이없는 사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시고, 새 고성군수님께 강원의 미래와 주민의 권익 및 복지, 그리고 자연친화적 관점에서 정의로운 결단을 내려주시도록 권유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권익위원회에서 조사관이 파견되어 문제의 산지를 돌아보고, 군 관계자와 주민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그리고 고충민원처리 결과가 나오기 까지 조마조마한 심경으로 한 달여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랜 가뭄끝에  단비같은 반가운 소식이 온 것이다. ‘시정 권고’ 소식을 듣고, 우리 부부는 함께 손을 맞잡고 환호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더 드높아 보였다.

 

                                  III.

  두 어달 전, 한 제자가 내게 전화를 걸어 걱정스런 목소리로 “왜 골치 아픈 일에 관여하세요. 모르는 척 하세요”라고 말했다. 그 때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네. 진정이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원암리 산33 일대의 소나무숲 산지가 고성군의 소나무 지키기에 마지노선이자, 리트머스 시험지이네. 소나무 남벌을 해서 안 될 모든 조건을 고르게 갖춘 이 산지마저 통째로 무너지면 앞으로 고성군 어디서도 앞으로 우리의 미래자원인 소나무를 지킬 수 있는 명분도, 여지도 다 사라지네. 이 선이 무너지면, 산림업자들이 ‘그것도 가능했는데, 이제 정말 거칠 것이 없다’고 생각할 걸세. 나는 그것이 정말 무섭네. 그래서 이러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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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현강재 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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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만곤 2014.10.16 11:1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부총리님!
    드디어 끝이 나고 주민들의 승리로 돌아갔군요!
    다행입니다!
    '다행'인 것은, 부총리님께서 이제 그 일에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좋은 상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동안 혹 걱정을 하시다가 건강을 해치면 어떻게 하나 싶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실 만한 일이니까 그렇게 하셨지만, 앞으로는 그 숲을 바라보시며 편안하게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축하할 일인지 모르겠으나, 저로서는 축하를 드립니다.
    참 잘 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2. 윤주명 2014.10.23 11:21 Address Modify/Delete Reply

    교수님 걱정하시던 일이 잘 해결되어 크게 축하드립니다. 그렇지만 조금 염려되는 면도 있습니다. 이 일로 손해를 본 이해관계자들이 그냥 쉽게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행정기관, 산림업자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하여 새로운 길을 찾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고요 혹시나 일이 생기게 되었을 때는 말씀만하시면 언제라도 저희들이 달려가겠습니다.

  3. 구철회 2014.10.30 17: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자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행정가의 무지와 업자의 탐욕을 이겨서 기쁩니다
    평안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