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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세모(歲暮) 5제(題)

2015. 1. 1. by 현강

                                      I.

세모가 되어 가까운 친구 몇 명과 통화를 했다.

“어때, 별일 없지”

“그래, 그런대로 괜찮아”

“그럼 됐지, 더 이상 뭘 바래”

“그럼, 우리 나이에”

전화를 끊고 나니, ‘황혼의 엘레지’가 따로 없다.

 

                               

                                   II.

가까운 친구가 메일을 보냈다.

“새해에는 밭일은 고만해, 경작면적을 크게 줄여 봐”

내가 답했다.

“그러잖아도 밭은 줄이고, 나무를 더 심을 생각이야. 그래도 내가

이 만한 건강을 유지하는 건, 여름의 흘리는 땀 때문이라고 생각해“

 

                             

                              III.

벼르다가 며칠 전에 영화 '국제시장‘을 보았다. 주인공 나이가 우리 또래였다. 바로 우리 세대의 삶의 기록이었다. 1951년 1월 혹한 속에 열엿새를 걸어 대구에 이르렀던 피난길이 생각났다. 보다 울다, 울다 보다 했다. 내가 한창 유럽 유학하던 시절, 칠흑의 갱도에서 생사를 넘다들었던 동년배들을 생각하며 미안해서 울었다. 영화관이 깜깜해서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그러면서 내가 ’오늘의 한국‘을 위해 무엇을 했나 부끄러웠다. 무임승차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 왔다. 관객들 중에 젊은 층이 의외로 많아 기분이 좋았다.

 

                          

                           IV.

올해 새해 첫날 동해 바닷가 ‘해맞이’는 포기했다. 어제 까지만 해도, ‘봉포’로 갈까, ‘송지호’로 갈까 망서렸는데, 새벽 영하 7도, 내 처 건강도 시원찮아 한 해 거르기로 했다. 그러나 잠시 뒤 동산에 떠오르는 ‘첫 해’는 반갑게 맞이할 생각이다. 작년 한해 그렇게 나를 힘겹게 만들었던 그 예의 ‘소나무 숲’ 동산 말이다.

 

 

                          V.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우리 또래 친구들이 “박근혜가 안 되고 걱정이고, 되도 걱정이네” 라고 말하던 게 생각난다. 그녀 바로 가까이에 현자(賢者)는 고사하고 상식인(常識人)이라도 한명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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