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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189

김수환 추기경님 인터뷰 내가 2003년 8월 27일, 중도를 표방하며 새로 출범한 인터넷 신문 창간호(아래 인터뷰/기사/카툰 참조)를 위해 김수환 추기경님께 조심스레 인터뷰를 청했더니, 어른께서 흔쾌히 수락하셨다. 당시 추기경님께서는 오래동안 바깥 세상과 멀리 하시며 장기간 신문 인터뷰를 전혀 않하셨던 시기라, "그럼 해야지요"라는 말씀에 순간 마음이 뜨겁게 북받쳤다. 인터뷰는 물흐르듯 이어졌다. 담담한 어조셨지만, 강조하실 대목에서는 힘주어 말씀하셨다. 인터뷰를 마치고, 신앙에 관해 한참 말씀을 나눴다. 돌이켜 보면 더없이 귀하고 소중한 추억이다. 이 인터뷰에는 노무현 정부 초기에 김수환 추기경님의 시국관이 고스라니 담겨있다. 아래 창간호에 내가 쓴 인터뷰 기사를 그대로 옮긴다. 김수환 추기경 창간 인터뷰 김수환 추기경은 우.. 2024. 2. 18.
데드라인 요즘 나는 계간지 에 "왜 독일모델인가"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세 달에 한번 쓰는 글이니 큰 부담이 없어 시작했는데, 주제가 만만치 않아 원고 보낼 때가 다가오면 늘 마음이 바쁘고 데드라인에 쫓긴다. 그래서 을 주제로 에 글을 하나 써볼 까 구상을 하다가, 괜스레 무언가 마음에 집히는 듯 해서 혹시 유사한 주제로 내가 글을 쓴 적이 없나 하고 뒤적여 봤다. 그랬더니 왠걸 내가 10여년 전에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이 에 "데드라인과 더불어"라는 글을 이미 올린게 아닌가.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일이 내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져, 그 글을 다시 보며 "내 기억력이 이렇게 쇠퇴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데 글 내용을 보니, 내가 새로 써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듯 해서 여기 약간 고쳐 다시 옮긴.. 2024. 2. 2.
'김형석 현상' I. 1984년, 미국의 레이건이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하자, 선친(先親)께서 무척 기뻐하셨다. 내가 의아해하니, 선친은 “내 나이 또래의 70대 중반의 노인이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직을 두 번씩 맡게 됐으니, 내게도 큰 힘이 되고 격려가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당시만 해도 70을 넘으면 상노인(上老人)으로 여겨질 때라, 나는 그러실만하다고 쉽게 수긍을 했다. 그런데 그간 노령화가 크게 진전되어, 82세의 현직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준비하고 있고 그에 맞서는 트럼프 전직 대통령도 80세 턱밑의 나이니, 40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에 나이가 주는 함의(含意)가 크게 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는 나이로 10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신문에 기고하고 흐트러지지 않은 매무새로 강연과.. 2023. 10. 31.
기차길옆 작은 집 I. 작년 10월 강원도 춘천과 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화철도 공사가 첫 삽을 떴다. 오는 2027년 공사를 마치고 개통하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환승없이 1시간 39분 만에 도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곳 속초/고성 사람들은 그들의 오랜 숙원이 풀렸다고 모두 좋아했다. 우리 부부의 첫 반응은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남아 그 혜택을 볼까?”였다. 그래도 좋은 소식으로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 철도 노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다소 궁금했지만, 더 깊게 알아보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작년 말경 내 처가 병원 약속 때문에 서울에 간 사이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웬 사람이 우리 뒤뜰 근처에서 측량기를 가지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그에게 다가가 무엇을 하느냐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 2023. 7. 6.
만남과 헤어짐 I. 지난 2월 24일, 내가 예전에 다녔던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입학 60주년을 맞아 5회 동기모임이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 1963년 봄에 50명이 입학해서 그동안 바삐 살다가, 10년 전에 입학 반세기, 50주년이라고 처음 한번 만나고, 훌쩍 10년을 넘겨 이번에 다시 만났다. 지난 번에 20명이 나왔던 기억인데, 이번에는 그 절반인 10명이 나왔다. 그동안 여러 친구들이 세상을 등졌고, 현재 병석에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친구들도 여러 명이라고 했다. 대학원 입학 60주년 만남은 아마도 별로 유례가 없을 듯 한데, 어떻든 그 일이 성사되었다. 열 명의 노옹(老翁)들은 오랜 풍파에 지친 주름진 얼굴들을 마주보며 서로 반기며 손을 마주 잡았다. II. 만나기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분명 졸업 후 .. 2023. 4. 9.
기사 하나, 옛글 하나 며칠 전, 신문기사 하나가 내 눈을 사로 잡았다. 그 순간 나는 20여년 전 문민정부 시절, "초등영어"를 도입할 때의 숨가뻤던 과정이 떠올랐다. 그래서 몇년 전에 썼던 옛글을 찾았다. 아래에 기사와 내 글을 차례로 올린다.. “한국보다 토익 100점 낮다” 日언론이 분석한 ‘영어 못하는’ 이유는 “인구 절반인 한국, 유학생 3배… 초3~6 영어수업은 130시간 많아” 서울신문 2023/02/22 일본이 영어 교육에서 한국에 뒤처진 원인을 유학생 수와 초등학교 영어 수업 시간 등으로 짚은 일본 언론 보도의 분석이 21일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연재를 시작한 ‘세계의 교육정책’ 기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영어 교육 현실을 비교했다. 신문은 “한국어와 일본어는 어순이 비슷하고, 한자 문화의 영.. 2023. 2. 26.
김동길 교수님을 추억하며 I. 김동길 교수님이 서거하셨다. 부음을 접하니,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그의 파란만장했던 생애가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내가 연세대 2학년 때, 그가 30대 초반 젊은 나이로 같은 대학의 사학과 전임으로 부임하셨고, 내가 연세대 교수로 간 1970년대 중반 이후 10여 년 간 같은 대학에 함께 재직하셨으니, 김 교수님과 나와의 개인적 인연도 꽤 오래되었다. 그러나 김 교수님과 나는 어쩌다 만나면 서로 반기는, 말하자면, 그냥 잘 아는 사이였을 뿐,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눈 기억은 많지 않다. 대체로 그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공적’ 존재였고, 나는 시청자나 독자로 그를 멀리서 바라보며 지냈다. 그러면서 때로는 그의 관점을 공감, 지지했고, 때로는 그렇지 않아 내심 못마땅한 적도 적지 않았다. 나는 단연 .. 2022.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