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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세상에 이런 일이 (2)

2014. 7. 20. by 현강

                                    I.

  지난 주 현강재에 올렸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무척 뜨겁다. 그런 가운데 그간 고성군청에서는 소나무 숲을 허무는 일이 ‘법적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는 행정행위’라는 입장을 표명하여 왔고, 또 일부 논자는 그것이 야기하는 도덕적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을 내 비추기도 했다.

  그래서 아래(II)에서 필자는 환경정책 전문가인 중앙대학교의 문태훈 교수에게, 정작 고성군청의 기존의 행정행위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지, 이메일로 문의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곧바로 자신의 관점을 밝혔다. 아래에 글은 그의 답장 내용이다. 본인의 허락을 얻어 그대로 옮겨 본다.

  

 

                                          II.

  교수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교수님의 질문에 대해 환경정책을 공부하는 학자로서 제 관점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고성군청의 원암리 산33번지 산지에 내린 2차 토석채취허가는 산지관리법을 준수하는 토석채취가 아니라 이에 위반하는 토석채취입니다. 이번에 토석채취가 허가된 산지는 바로 국도변에서 불과 10-20m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허가된 내용대로 토석채취가 진행되는 경우 산 뒤편의 이미 황폐화된 토석채취허가지가 그나마 소나무가 남아있는 마을 쪽인 산 앞으로 바로 넘어오면서 마을을 둘러싼 방풍림의 역할을 하는 산을 거의 평지화하게 되어 있습니다. 방풍림의 멸실, 경관의 변화 등 중요한 생활환경의 변화를 야기하는 행정허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도로변 10-20미터의 가시권에 있는 산지와 수령 40-60년의 적송들이 모두 훼손될 뿐 아니라 산지가 허물어져 거의 평지화가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해당산지는 마을 앞의 국도변에서 거리가 불과 10-20미터여서 국도변 1000미터 이내의 산지훼손을 금하고 있는 산지관리법에 위배되는 허가입니다.

 

2. 산지관리법은 토석채취로 ‘생활환경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에 대한 토석채취를 제한하고 있고(법 28조1항4호) ‘생활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가옥, 공장, 종교시설로부터 300m 이내의 산지로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 토석채취허가를 할 때에는 해당지역의 가옥주, 공장주, 종교시설의 대표자로부터 동의를 구할 것을 정하고 있습니다(산지관리법시행령 36조2항). 그러나 교수님 말씀대로 라면 300m 이내의 가옥주 누구에게도 동의는 고사하고 귀띔 한번 한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산지관리법과 동시행령의 조항을 감안할 때 산33번지에 대한 토석채취의 허가는 산지관리법과 동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토석채취허가의 절차를 위배한 행정허가입니다.

 

3. 관련된 조선일보 기사( 2014/7/18일자)를 보았습니다. 강원도의 우량산림이 훼손되는데 대한 우려를 담은 기사였습니다. 기사의 의도는 올바르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기사내용에 대해 이견이 있어 다음과 같은 보완의견을 적어 봅니다.

  해당기사는 1차 토석채취허가에 대해 주로 말하고 있고 지금 주민들이 문제제기하는 2차 토석채취허가가 어떤 이유로 적법한 허가가 아닌지에 대한 내용은 담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그 점이 크게 아쉬웠습니다. 더욱이 기존의 토석채취 허가가 적법한 행정허가이니 산림의 훼손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독자들을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주민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주민 아무도 모르게 내려진 2차 토석채취허가이며, 그것이 앞으로 가져올 방풍림의 멸실, 경관의 변화 등 생활환경의 변화에 대한 문제, 주민 동의 문제, 도로연변의 산지훼손문제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쟁점들은 모두 법조문의 내용에 반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습니다.

 

4. 또, 기사의 내용 중 ‘산지관리법 28조에 따르면 암석채취이외에는 주민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적법한 허가였다’는 내용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에 내려진 토석채취허가는 암석채취를 포함하는 허가이기 때문입니다. 토석의 채취는 단순한 토사의 채취보다는 허가요건이 더 강한 행정허가입니다. 이런 연유로 토석채취는 허가사항이고, 토사채취는 신고사항으로 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법조문 어디에도 토석채취에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산33번지에서의 토석채취허가는 암석을 채취를 허용하는 것인 만큼 더욱 주민동의를 필요로 하는 요건이 될 것입니다.

 

  이상의 논거를 바탕으로 하여, 저는 이번에 내려진 토석채취허가가 산지관리법의 법조문에 반하는 행정허가라고 판단합니다. 다시 말해, 이번에 내려진 고성군청의 개발행위 허가는 도덕성 및 공공성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엄연한 위법행위입니다.

 

  교수님, 심려가 크셔서 건강을 해치실까 걱정입니다. 부디 고성군청이 적절한 행정조치를 빨리 취하여 추가적인 산지훼손을 막고 주민들의 생활을 평안하게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III.

 

    이번 소나무 숲 지키기 주민참여 과정에서 <강원일보>가 진정성과 용기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원암리 주민들 편에 서 주었다. 한번의 사설, 그리고 네번의 기사를 통하여 고성군청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정책변화를 촉구했다. 지역언론으로서 이런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 기회에 고마움을 전하고자 한다. 아랫 글은 오늘 자(7/22) 강원일보 기사이다. 이 기사를 보면 고성군청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고, 또 얼마나 궁색한 변명을 일삼는지, 적나나하게 드러난다. 원문 그대로 옮겨 싣는다.

 

 

고성 원암리 주민들 “주민 무시한 밀실행정이자 특혜”군 “사업의 계속성 위해 허가 … 특혜나 불법 아니다”【고성】속보=

고성군 원암리 산 33번지 토석채취허가로 주민들의 반발(본보 6월13일자 5면 보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성군의 특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21일 군과 토성면 원암리 주민들에 따르면 고성군은 경기도에 사는 A씨 등 3명에게 2008년 12월부터 2012년 12월 말까지 원암리 산33번지 7,590㎡에서 단독주택을 신축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하지만 A씨 등은 해당 지역에서 소나무 수백 그루만 캐내고 군의 복구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산림이 황폐화된채 방치되자 군은 지난 5월 허가를 취소했다.더욱이 군은 이들에게 사업의 계속성을 이유로 지난 5월 말부터 1년간 이 일대 2만7,533㎡ 규모에 대해 동해고속도로 복토용과 농경지 성토용으로 토석채취허가를 다시 내줬다. 이에 대해 산림전문가는 “복구명령 지시 후 기일 내 처리가 안 될 경우 보증보험 예치금으로 복구공사를 준공한 이후 다음 행위가 이뤄지는 게 원칙”이라며 군의 행정에 문제를 제기했다.김종덕 원암리장 등 주민들은 “기존(1차 허가) 사업에서 소나무만 캐내고 복구명령을 따르지 않고 산림을 방치한 사업자에게 또다시 허가한 것은 군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채석이 가능한 토석채취허가를 내주면서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허가한 것은 주민을 무시한 밀실행정의 산물이자 특혜”라고 반발했다.군 관계자는 “산림을 모두 복구하고 다시 허가를 내주면 이중허가가 되기 때문에 사업의 계속성을 위해서 최종적으로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 단독주택신축을 위한 허가를 취소하고 다시 토석채취허가를 내줬다”며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혜나 법을 어겨가며 허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토성면 원암리 주민 130여명은 고성군에 토석채취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2차례의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정래석기자 nsjeong@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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