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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190

65-75세가 '전성기'? 왜 I. 얼마 전 정년을 1년 가까이 앞둔 제자 교수 한 명이 나를 찾아 왔다. 그는 교수로서 마지막 한 해를 보내는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며 정년 후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내게 많이 물었다. 나는 지난 10년간의 내 삶의 과정을 되돌아보며 허심탄회하게 그에게 답했다. 혹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그와의 대화 내용을 아래에 1문 1답식 으로 정리해 보았다. II. 문: 우선 정년 후에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하셨어요. 저도 이제 교수연구실을 비워야 하는 데, 집의 서제에도 책이 넘치고 어디 보관할 때가 없어요. 이번 기회에 아예 제 삶을 에워 쌓던 책의 그늘에서 완전히 헤어나고 싶습니다. 답: 나도 정년퇴직 때 책을 반 이상 정리했네. 도서관에 많이 보냈지. 그런데 지금은 가끔 후회하.. 2016. 11. 29.
'대통령과 현인' 재록(再錄)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심기가 너무 불편하다. 아래에 약 4년전에 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린다. 그 때 내가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 옆에는 현인 대신 무녀(巫女)가 있었다. 대통령과 현인(賢人) 삶의 단상 2012.12.26 08:53 | I. 나는 평소에 대통령 가까운 거리에 현인(賢人)이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는 굳이 아는 것이 많고 지혜가 출중한 글자 그대로의 현인일 필요는 없다. 그 보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 그리고 사심이 없는 사람이면 된다. 굳이 비서실장이나 특보, 수석과 같은 직책을 맡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 사람이 언제라도 대통령에게 다가갈 수 있고, 대통령도 그 사람을 크게 신뢰해서 평소에도 그와 고민을 나누고, 중요한 결정에 .. 2016. 11. 3.
인생삼모작을 실험하며 아래 파일은 중앙선데이 제500호 (2016/10/9)에 수록된 내용이다. 2016. 10. 10.
가을의 문턱에서 험한 산을 오르려면, 산 정상 가까이 ‘깔딱고개’라는 데가 있다.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서 한 걸음도 더 옮기기 어려운 지점인데, 그것만 넘으면 정상까지 큰 힘 안 드리고 오를 수 있는 산행의 마지막 고비다. 그런데 요즈음 내 심경은 마치 막 깔딱고개를 넘은 등산인의 느낌이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그나마 이곳은 ‘재난’ 수준이었다는 서울에 비해 기온이 3-4도 낮았지만 그래도 여기 와서 처음 겪는 폭염이었다. 덥다고 농사일을 소홀이 할 수 없어 한낮의 뙤약볕만 피하면서 농터에서 잡초와의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농터 300 평, 집 앞 잔디와 뒤뜰 화단 200평, 도합 500평을 농약, 제초제 쓰지 않고 비닐/부직포 피복 없이 관리한다는 게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몸무게도 5월 이후 매달 1Kg.. 2016. 9. 8.
빈소를 다녀와서 I. 불과 한 달 안에 가까운 친구 두 명이 저 세상으로 떠났다. 위중한 것은 알았지만 좀 더 버틸 줄 알았는데 둘 다 너무 서둘러 떠났다. 그들이 아픈 게 마음에 걸려 새 에세이집 이 출간하기가 무섭게 가장 먼저 보냈는데, 한발 늦어 둘 다 병상에서 책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갔다. 돌아보니 최근 두, 세 해 사이에 주위의 친구들이 너무 많이 세상과 작별했다. 이미 황혼으로 기운지 오래된 나이이니, 한편으로 그럴만하다고 받아들이면서도 반세기 이상 가까이 교유했던 오랜 친구들이 하나하나 미지의 멀 길을 떠나 이제 더 이승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젊었을 때는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 엄청난 경악과 충격으로 받아들였고 그 여운도 무척 오래갔다. 그 때가 그래도 였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2016. 7. 10.
<스승의 날>에 생각나는 일 I. 1997년으로 기억된다. 그러니 벌써 19년 전 얘기다. 당시 나는 김영삼 문민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 대통령께서 에 옛 스승 들을 모시고 점심을 하는데 장관도 합석하라는 전갈이었다. 참석자는 김 대통령의 서울대학교 문리대 철학과 스승이셨던 안호상 초대 문교부 장관과 고형곤 박사, 그리고 이름이 기억되지 않는 경남고 스승 한 분, 그리고 대통령과 나, 다섯 명이었다. II. 당시 안호상(1902-1999) 박사님은 95세의 고령이셨다. 초대 문교부 장관 재직 중, ‘한 백성(일민)주의’를 주창하고 한국의 교육이념으로 ‘홍익인간’을 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민족사상 연구가로 기개 높고 깐깐한 성품이셨다. 기존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으로 비판하고 기회 있을.. 2016. 5. 10.
황당 이제(二題) I. 이곳 속초/고성에 살면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가까이에 좋은 온천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사람들은 속초하면, 으레 척산온천을 떠 올리지만, 그곳 외에도 주변 콘도 등지에 쾌적하고 물 좋은 양질의 온천이 많이 있다. 대체로 시설도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온천 값도 무척 싸서 한 몫에 사면 9만원이면 30장을 내 준다. 그런데 정말 좋은 것은 탕에 손님이 별로 없어 북적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주말을 피해 조금 한가한 시간에 가면, 거짓말처럼 홀로 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울에 살 때 보다 훨씬 자주 목욕탕을 찾는다. 적어도 온천욕에 관한 한 이곳에서 대단한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지난 주 조금 황당한 일이 있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H 콘도 온천에 갔는데, 그날도 마침 욕.. 2016.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