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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삼모작'의 머리글 빠르면 내달 중순쯤 내 새 에세이 집 이 사에서 출간된다. 부제는 '세 못자리에서 거둔 중도주의적 생활철학'이다. 여기 우선 그 머리글인 '글 머리에'를 선 보인다. I. 서울태생인 나는 젊은 시절부터 언젠가 노후에 시골에 가서 ‘다른 삶’을 살아 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15년 전 정년퇴임에 앞서 마지막 학기가 무섭게 이곳 속초/고성으로 내려왔다. 처음 2년 가까이 속초에 살다가, 이후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로 옮겨 와서, 한여름에는 농사짓고, 겨울에는 글 쓰며, 남들이 다니는 큰 길가에서 얼마간 비켜서서 한적하게 살고 있다. 인공(人工)의 작품인 거대도시를 떠나, 중간단계인 소도시를 거쳐 마침내 자연의 품인 농촌에 연착륙하면서 내 삶의 양식도 많이 변했다. 평생 책.. 2021. 8. 26.
바닷가에 나가 며칠 전 딸 내외와 둘째 외손자가 고성 새집을 찾아와 함께 바닷가에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딸이 사진을 찍어 보내 올려 본다. 내가 보아도 사진이 실물보다 젊게 나왔다. 15년 전 내가 속초/고성에 처음 내려 올 때 몸무게가 84 Kg 이었는데 지금은 71 Kg이다. 그간 해 마다 1Kg 정도씩 줄어 들었는데, 아마 농번기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얼굴도 많이 탔는데, 이제 8월말이면 더 새까맣게 변할 것이다. 2021. 7. 23.
586 운동권과 한국정치 I. 얼마 전 옛 제자 J가 찾아왔다. 그는 86학번으로 당시 내가 개설한 5개 과목을 모두 수강했던 자칭 내 열성팬인데, 그와 지난 얘기를 주고받다가 대화는 1980년대로 돌아갔다. 그는 내 정치적 관점과 관련해서 아래의 질문을 던졌다. 나는 허심탄회하게 그에게 답했다. 그 대화 내용을 가감 없이 여기에 담는다. II. J군: 1980년대는 질풍노도의 시대였습니다. 특히 80년대 중후반 대학에는 급진적 변혁 사상이 풍미하고 있었지요. 저는 86년에 학교에 들어 왔는데, 마음속으로는 사회주의 이상에 끌렸지만, 현실 사회주의는 물음표였습니다. 북한 사회주의는 물론 동구 공산주의도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의 ‘동구공산권체제변동’ 강의를 들으며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죠. 그런데, 그때 다른 많은 친.. 2021. 7. 19.
한국교육의 성찰: 성과와 과제 이 글은 2021년 6월 30일, 프레스 센터에서 개최된 금강대학교 주최의 국제회의 "인공지능시대의 공공정책과 인성교육'에서 필자가 발표한 기조연설 내용이다. 한국교육의 성찰: 성과와 과제 안병영(연세대 명예교수, 전 교육부총리) 1. 머리말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교육은 늘 상찬과 비판의 대상이었다. 한국교육은 특히 한국 밖에서 많은 찬사를 받아왔다. 그 대표적 관점은 우리나라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경이적인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성취할 수 있었는데, 그 추동력은 교육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세계교육포럼’에서도 각국 대표들이 한결같이 한국교육의 수월성을 크게 조명했다. 그러나 한국교육은 특히 국내에서 마치 동네북처럼 온갖 경제적, 사회적 난국을 초래한 주범으로 신랄한 공격의 .. 2021. 7. 6.
해당화 옆에서 나는 사람보다는 자연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기를 즐긴다. 그러다 보니 나나 내 처의 사진들은 대부분 다른 이가 찍어 보내준 것들이다. 얼마전 나를 찾았던 제자 B 교수가 해당화 옆에 서있는 우리 부부를 핸드폰으로 찍어 보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부부가 함께 사진에 오른 것은 실로 몇년 만에 일이다. 2021. 6. 7.
국정(國政)운영의 ‘이어가기’, ‘쌓아가기’ I. 나는 꽤 오래전부터 성공적 국정운영의 진수(眞髓)는 ‘이어가기’와 ‘쌓아가기’라고 주장해 왔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 궤도에 올라 정권교체가 일상화되면, 이념과 정책기조가 달라도 앞선 정권이 이룩한 긍정적 성과는 다음 정권이 승계하고, 그 위에 새로운 성과를 덧붙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역사가 쌓이고 나라가 발전한다. 물론 때때로 과거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누적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어갈 것과 버릴 것을 세심하고 공정하게 가려야 한다. 또한 그 변화의 수위가 체제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되고, 지난 정권이 이룩한 긍정적 성과까지 타기(唾棄)하거나 뒤집어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는 독일이 아닌가 한다. 역사적으로 독일의 정치사.. 2021. 6. 7.
왜 아직 글을 쓰는가 I. 작년 이맘때 한 제자가 내게 물었다. “많은 교수님들이 정년퇴직하고 연세가 많아지면 글쓰기를 멈추시는데, 선생님은 아직 글쓰는 일에 꽤 천착하시는 듯합니다. 그 주된 동인(動因)이 무엇이지요?” 순간 나는 당황했다. 글 쓰는 일이 내겐 그냥 자연스런 일상인데, 새삼 그 이유를 물으니 대답이 조금 궁색해졌다. 그래서 “전에 내 스승 한 분이 ‘학자에게는 정년이 없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대체로 그런거지. 그게 내 일생의 업(業)이니까”라고 얼버무렸다. 그러면서 “옛날처럼 글에만 매달리지는 않네. 요즘처럼 농사철에는 농사짓는 일이 주업이지. 대신 농사지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지. 그게 농한기에 글 쓸 준비작업이네. 어떻든 늘 머리 속에 글을 담고 사는 것은 사실이지”라고 덧붙였다. II. 그리고 나는.. 2021.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