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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애학교' 학부모의 눈물 I. 서울시 교육청은 이미 1995년 2월부터 특수교육 환경개선을 위해 3만 2천여평 경기고등학교 안 공터 2천 4백여평에 정신지체 장애아를 위한 ‘지애학교(후에 정애학교)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남구청이 삼성동 일대의 주민들의 반대와 환경훼손을 이유로 서울시 교육청과의 사업시행계획협의 요청에 계속 불응하는 바람에, 공사 시작의 삽도 들지 못한 채 갈등은 첨예화, 장기화되고 장애아 부모들의 가슴은 타들어갔다. 1997년 6월 당시 교육부장관이었던 나는 고심 끝에 K 강남구청장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K 구청장은 나의 경기고등학교 후배였다. K 구청장님 그간 안녕하십니까. 무척 바쁘시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번 전화통화 이후 소식을 기다리다가 몇 자 글월을 보냅니다. 경기고등학교 부지 내 .. 2015. 1. 30.
클릭 10만!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 가 10만번 클릭을 기록했다. 2010년 4월에 문을 열고, 5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내 일상의 소소한 흔적을 더듬고, 점차 가물가물 흔들리는 기억의 사진첩 속에서 지난 날의 추억과 향수를 끌어 내기도 했다. 그간 를 찾아 내 변변찮은 글에 격려와 공감을 피력해 주시고, 때로 글이 뜸하면 웬일이냐 걱정도 해 주셨던 많은 지인, 제자, 그리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제 하루하루의 삶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를 느낌대로 가감 없이 전할 것을 약속드린다. 깊어 가는 겨울밤, 집 뒤 소나무, 대나무 숲을 스치는 소슬한 바람소리가 오늘따라 갖가지 회포를 일렁이게 한다. 2015. 1. 18.
외로운 백로 영랑호의 백로들은 늦가을이면 멀리 시베리아로 날아간다. 그런데 웬일인지 2년 전 부터는 서너 마리의 백로가 무리를 벗어나 그냥 호수에 머물며 겨울을 나고 있다. 꽤나 외로워 보이지만, 모습은 의연하다. 2015. 1. 5.
세모(歲暮) 5제(題) I. 세모가 되어 가까운 친구 몇 명과 통화를 했다. “어때, 별일 없지” “그래, 그런대로 괜찮아” “그럼 됐지, 더 이상 뭘 바래” “그럼, 우리 나이에” 전화를 끊고 나니, ‘황혼의 엘레지’가 따로 없다. II. 가까운 친구가 메일을 보냈다. “새해에는 밭일은 고만해, 경작면적을 크게 줄여 봐” 내가 답했다. “그러잖아도 밭은 줄이고, 나무를 더 심을 생각이야. 그래도 내가 이 만한 건강을 유지하는 건, 여름의 흘리는 땀 때문이라고 생각해“ III. 벼르다가 며칠 전에 영화 '국제시장‘을 보았다. 주인공 나이가 우리 또래였다. 바로 우리 세대의 삶의 기록이었다. 1951년 1월 혹한 속에 열엿새를 걸어 대구에 이르렀던 피난길이 생각났다. 보다 울다, 울다 보다 했다. 내가 한창 유럽 유학하던 시절,.. 2015. 1. 1.
'김부선 난방투사' 연상록(聯想錄) I. 얼마 전 아파트 난방비리와 연관해서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일약 ‘난방투사’로 만인의 입에 회자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35년 전 강남 M 아파트에서 내가 몸소 아프게 겪었던 아파트 관리비리 사건이 떠올랐다. 내가 한창 30대말에서 40세 고개를 넘어가던 시점에서 1년 가까이 치열하게 몸으로 부딪히며 악전고투했던 일이라 아직도 기억이 비교적 생생하다. ‘아파트 관리 문제’는 우리나라 전 국민의 약 2/3가 일상 속에서 체험하는 생활사(生活事)이기에 아무도 남의 일처럼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처음부터 아파트 난방비리를 세차게 고발했던 ‘김부선’ 씨의 용기에 박수를 치는 입장이었다. II. 1979년 초 우리 가족은 서울 강남에 신축한 M 아파트에 입주했.. 2014. 12. 29.
내가 신문을 안보는 이유 I. 이곳에 내려 온 후 정규적으로 신문을 보지 않았으니, 신문을 안 보고 산지 벌써 8년이 되었다. 그렇다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전혀 모르는 깜깜 절벽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짧게나마 매일 인터넷 서핑을 하니, 대충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알고 지낸다. 다만 인터넷으로 신문을 볼 때는 대개 제목만 보고 스치듯 지나가다, 가끔 아주 관심 있는 사항만 찾아 들어가기 때문에 총체적 정보량이 크게 부족하고, 그나마 아는 정보도 불균형적이고 편중된 게 사실이다. 실은 신문뿐만 아니라 T.V도 자주 보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이 다 아는 것을 나만 몰라 엉뚱한 얘기를 할 때도 없지않다. II. 왜 신문을 안 보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딱히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렵지만 대중 아래 두 가지 이유가 아닌가 한다. 첫째 시골.. 2014. 12. 13.
연말 동창회에 가다 정말 오랜만에 연말 고등학교 동창들 모임에 나갔다, 한 10년만인 것 같다. 더러는 모르는 얼굴도 있었지만 70대 중반의 할아버지들 모습 속에서도 어릴 때 모습이 숨겨져 있는 게 신기했다. 그 잔영(殘影)속에서 10대의 기억이 샘솟았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제 설치는 친구도 으스대는 친구도 없었다. 모두 잔잔한 미소를 나누며 이미 ‘겨울 골짜기’를 헤매는 서로의 황혼 모습을 확인했다. “아! 세월이여” 2014.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