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겨울, 파리 (II)
I. 1978년 겨울, 파리에서의 세 번째 날, 나는 호텔에서 백영수 화백의 전시회 소식을 들었다. 백영수(白榮洙, 1922-) 화백은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 중의 한분으로, 이미 한국동란 직후인 1950년대에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 이규상, 장욱진 등과 함께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동했던 분이다. 나는 신사실파 화가들, 한분 한분을 한결같이 좋아했다. 백영수 화백은 단순하고 절제된 화면, 중간색의 깊이 있는 색조를 바탕으로 고개 갸우뚱한 모자상(母子像)을 즐겨 그렸다. 그는 모자(母子)외에도 남자아이, 꽃잎, 새, 나무, 개, 창문 등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소재들을 바탕으로 티 없이 맑은 순수 동심의 세계를 화폭에 담백하게 담았다. 백영수의 그림에는 늘 애잔한 그리움과 향수가 잔잔히 흘러. 평소에 ..
2014.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