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호(雅號) 현강(玄岡) 이야기 II
I. 처음 청남(菁南) 선생으로부터 ‘현강(玄岡)’이라는 아호를 받고, 나는 급한 대로 옥편을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한자로 ‘현(玄)’은 검(붉)다, 멀다, 아득하다, 심오하다, 하늘 등의 뜻과 함께 노자. 장자의 도에 이르기 까지 실로 다양한 의미를 지녔고, ‘강(岡)’은 산등성이, 고개, 작은 산 등을 뜻했다. 쉽게 ‘아득히 보이는 작은 산’ 정도로 이해해도 그 그림이 낭만적으로 가슴에 다가왔다. 또 여기에 노장철학을 곁들여 보다 심오한 뜻을 부여해도 내 생활철학의 관점과 그리 멀지 않게 느껴져 그 철학적 무게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현강’이라는 음(音)또한 듣기에 그리 경박하지 않고, 다분히 진중하고, 사려 깊은, 그러면서 어딘가 결의에 찬 울림이 있어 좋았다. 그래서 무척 마음이 끌렸다. 하..
2020. 12. 5.
내 아호(雅號) ‘현강(玄岡)’ 이야기 I
I. 과거에는 문인, 학자, 예술가들은 이름 외에 별칭으로 아호(雅號)를 가졌다. 흔히 집안 어른이나, 스승 혹은 친구들이 지어서 불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호에는 자신의 인생관, 좌우명, 출신(지), 선호 등을 담았는데, 많은 이가 2종 이상의 아호를 가졌다.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서화가인 김정희(金正喜)는 추사(秋史)를 비롯하여 완당(阮堂)ㆍ시암(詩庵)ㆍ예당(禮堂)ㆍ노과(老果) 등 200여개(일설에는 503개)를 가졌다. 단연 기록보유자가 아닐까 한다. 그런가 하면, 김소월(金素月 김정식), 김영랑(金永郎 김윤식), 이육사(李陸史 이원록), 박목월(朴木月 박영종) 등 한국의 대표 시인들은 우리에게 주로 아호로 기억되고 본명은 거의 잊혀졌다. 역시 천하의 묵객들에..
2020. 11. 24.
내가 살았던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I. 되돌아보니, 80년 가까운 내 생애에서 8년을 조금 넘는 기간을 해외에서 보냈다. 처음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5년 남짓 유학 생활을 했고, 이후 독일 만하임(Mannheim), 미국 시라큐스(Syracuse), 그리고 캐나다 벤쿠버(Vanquver)에서 각각 1년씩 그곳 대학에 연구교수로 있었다. 이들 유럽과 북미의 여러 나라, 도시들은 저마다 삶의 양식과 지적, 문화적 특성에 차이가 있어, 거기서 보낸 세월은 내 삶을 풍성하게 하고, 공부와 생각을 여물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영감과 숱한 추억을 남겼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다. 안전과 보건, 문화, 환경, 교육, 인프라 등 다양..
2020.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