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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다람쥐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귀면암에 다녀왔다. 다람쥐에게 과자 부스러기를 주었던니 전혀 주저하는 기색없이 가까이 다가왔다. 나를 신뢰해서 일까. 배가 고파서 일까. 아마 둘 다 일게다. 그런데 포식하더니 곧장 다른 이에게 간다. 약간의 배신감 같은 것이... 2012. 7. 24.
잡초와의 전쟁 I. 작은 규모이지만 농사를 시작한 후 가장 큰 어려움이 잡초라는 희대의 난적(難敵)과의 싸움이다. 잡초가 제일 맹위를 떨치는 요즈음 여름 한철에는 적어도 하루 대여섯 시간은 잡초 뽑는데 시간을 보낸다. 오랜 가뭄 뒤에 비가 오면 반갑기 그지없으나, 비 온 후에 더 기승을 부릴 잡초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땡볕에 쭈그리고 앉아 잡초와 씨름하다 보면, 내가 이 짓을 하려고 이곳에 왔나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없지 않다. 그런데 2, 3일만 소홀히 해도 농토가 온통 잡초 천지이니 어쩔 수 없이 그들과의 힘겨루기가 일상사가 되었다. II 미국의 시인 에머슨은 잡초를 ‘아직 그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식물들’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잡초는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무 쓸모없는, 그러면서도 그 강인한.. 2012. 7. 11.
차기정부에 바란다: 교육, 복지 정책 이글은 한국 행정학회 하계 대회(2012/6/29)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표한 토론문 요약이다. 차기정부에 바란다: 교육. 복지 분야 1. 새 정부가 지향해야 할 큰 방향 지나친 이념지향을 지양하고 중도개혁의 입지에서 대결보다는 타협과 합의를 지향하는 상생정치, 을 추구해야 한다. 점진개혁, (사회적) 합의개혁, 정권의 수명을 뛰어 넘어 지속가능한 개혁이 바람직 하며, 그런 의미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른바 ‘대못박기’식 정권사업은 금물이다. 국리민복의 차원에서 실현가능, 지속가능한 정책개발에 힘써야 한다. 2. 분야의 거시적 정책방향 ‘사회투자국가’ 개념과 사회투자적 정책접근이 바람직하다. 이 모형/접근은 세계화, 후기산업사회의 도래, 인구고령화 등 변화하는 정책환경에 대응하여 1990년대 후반 이후.. 2012. 6. 29.
수면 이야기 몇 가지 더 I. 지난 글에서 내 유일한 재주인 머릿속에 미리 입력한 시간에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나는 '머릿속 자명종' 얘기를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이왕 시작한 김에 오늘 내 수면 습관에 관련해 몇 가지 에피소드를 더 펼쳐 보려고 한다. 쓰려하니 마치 무용담을 떠버리는 것 같아 낯이 간지러우나, 거짓 없는 얘기이니 그냥 재미로 읽어 주시기 바란다. 특히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분들의 깊은 양해를 구하다. II. 내 모습이 ‘후덕하게’ (?) 생겨서 잠이 많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잠이 적은 편이다. 20대 후반이후에는 대체로 5시간 내외의 수면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그 정도 자면 대체로 일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 바쁠 때는 수면시간을 조금 줄이고, 낮에 틈틈이 자는데, 내가 자주 애용했던 것이 차안에서의 단잠.. 2012. 6. 19.
2012년 6월 <연세동문회보> 인터뷰 2012년 6월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 미시령고개를 지나 설악산 울산바위가 손에 잡힐 듯 풍광이 아름다운 강원도 고성에서 낙향생활을 즐기고 있는 안병영(정외 59입) 모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한 번도 되기 어려운 교육부 수장을 그것도 다른 정부에서 두 번이나 역임한 안병영 명예교수를 찾아 최근 근황에 대해 들어봤다. 퇴임하신 이후 고향이 아닌 강원도에 터전을 마련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산행을 좋아해서 설악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서울을 떠나 살고 싶었고, 제가 제 생활에 주인이 되고 싶어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외에도 1982년 서울과 지방의 교수 교류를 통해 강원대에서 1년간 생활했으며, 원주캠퍼스 초창기를 비롯해 강의 등으로 원주를 찾았고, 장관 재임 시에 교육부 워크숍을 남설악에서 개.. 2012. 6. 11.
머릿속 자명종 I. 나는 스무 살 무렵, 일 년 이상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런데 한번 그 고비를 극복한 뒤에는 잠자는 데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잠을 잘 자는 것은 내 인생에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눕기만 하면 쉽게 잠이 들고, 대체로 숙면을 한다. 그리고 깨고 싶을 때 눈을 뜬다. 그런가 하면 잠이 부족하면, 틈새 시간에 잠시 눈을 붙여 어렵지 않게 모자란 잠을 벌충한다. 그런데 수면 습관과 관련해, 나는 한 가지 재주라면 재주, 능력이라면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잠자리에 들면서 일어날 시간을 미리 머리에 입력하면 한 치의 어김도 없이 그 시간에 눈을 뜬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명종이 따로 필요치 않다. 이러한 머리에 입력된 은 컴퓨터처럼 정확해서 내가 기억하는 한 20대 후반이.. 2012. 6. 5.
이육사(李陸史)의 꿈 I. 지난 달 경북 안동 여행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그 여운이 아직도 내게 깊게 남아있다. 실은 안동에는 그 동안 몇 차례 갔었다. 갈 때마다 도산서원, 하회마을을 비롯해서 근방의 유명 서원, 종택 등을 두루 돌아보면서 옛 선비의 숨결과 유교문화의 진수를 느껴왔다. 그러나 이곳이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항일 독립운동의 성지(聖地)라는 사실을 제대로 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선말기 이후 학문에만 전념하던 선비들이 항일 의병 및 독립운동에 대거 투신해서 그 중 많은 이가 순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내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큰 가르침이 되었다. 퇴계의 고향, 안동의 선비들과 명문가의 자손들이 국난에 처하여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민족 저항운동에 앞장에 섰다는 것은.. 2012.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