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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암리 수로 아침 산책길에 최근에 건설한 수로를 만난다. 소박한 건축물인데 그 밑을 지날 때면 엉뚱하게 작년 남프랑스 님(Nimes)에서 보고 그 크기와 정교함에 압도되었던 2000년전 로마시대의 대수로 퐁 뒤 가르(Pong de Gard)가 생각난다. 2012. 9. 25.
새벽 산책길 뒷산 솔밭길에 뱀이 자주 나와 산책길을 바꿨다. 새벽 어스름, 멀리 울산바위, 소나무숲, 그리고 벼익는 황금벌판이 차례로 펼처진다.. 2012. 9. 19.
감동하는 능력에 대하여 I 아주 오래전 우리 집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 얘기다. 두 살 터울인 남매와 동네에서 함께 산보를 나갔다. 마침 서편 하늘을 보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이 무척 아름다웠다. 장엄하고 신비로웠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저걸 봐라 얼마나 아름답니, 놀랍잖니‘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그 쪽을 흘깃 처다 보더니, 그냥 눈을 돌렸다. 별로 감흥이 없어 보였다. 나는 재차 ”정말 멋있지“하고 다그치듯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마지못해, ”응, 근사해“라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눈길은 이미 거기서 떠나 있었다. 감동한 눈빛이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화가 났다. 아니 한창 감수성이 뛰어나야 할 그 나이에 저 자연의 신비, 오묘한 절경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다니. 도시아이들이라.. 2012. 9. 13.
가을 물빛 설악산 계곡에 가을 물빛은 그윽한 아름다움이 있다. 불과 얼마전에 폭염도 휴가철의 분답(紛沓)도 그 안에 차분히 가라 앉았다. 2012. 9. 8.
우리집 솟대 자연의 작품에 최소한의 가공을 한 우리집 솟대는 정말 명품이다. 새 세마리가 저 마다 특색있는 몸짓을 보이는데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드높은 가을 하늘아래 우뚝 솟은 그 기상이 늠름하기 그지 없다. 2012. 9. 8.
대화 2 * 이 글은 대화 1의 후속편입니다. A군: 많은 국민들이 실제로 이념적으로 중도적인 입장인데, 일정한 쟁점이 부상하면 그에 대해 양극으로 갈라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나: 우리 나라의 유교전통 속에 옳고 그른 것을 칼로 자르듯이 분명하게 가르는 이른바 (闢異論)적 요소가 매우 두드러지는데, 우리들 심성 속에도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할 때는 무언가 맺고 끊는 식이어야 한다는 심리적 성향이 크게 자리 잡고 있지 않나 싶네. 그러다 보니 당초 마음의 상태보다 결정의 순간에 더 양극으로 치닫는 경향이 엿보이네. 그 외에도 양당 정당체제, 그리고 전부를 쟁취하거나 전부를 잃어버리는 대통령 중심제 정치제도도 이 경향을 부추기고 있지 않나 싶네. 그런가 하면, 특히 우리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 2012. 8. 28.
가을 문턱에서 잠자리가 낮게 나르고, 매미가 목청껏 높고, 길게 운다. 불루베리의 색갈이 점차 발갛게 변하고, 사과도 붉게 영근다. 들녘에 시원한 기운이 감돌고 솟대위로 가을 하늘이 더 높아진다 . 2012.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