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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190

학자의 서가에 오래 남는 책들 교수직에 오래 있다 보면 느느니 책이다. 대학 연구실에 서가는 이미 책과 각종 자료 등속으로 빽빽이 들어차고 아예 연구실 바닥까지 책들이 수북이 쌓인다. 대체로 집안 형편은 더 심각하다. 서재에 책이 넘쳐, 마치 거친 물결 같은 기세로 안방, 거실, 심지어는 다용도실 까지 들어찬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 불평도 만만치 않다. 서재가 필수적이니 적어도 방하나는 더 있어야 하고, 집 전체가 고서방 처럼 변모하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더욱이 이사 갈 때 그 많은 책 꾸러미 때문에 온 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필설로 다하기 어렵다. 단독 주택에 살았던 내 경우는 그래도 형편이 훨씬 낳았다. 그러나 내 처도 “보지도 않는 책들을 왜 그리 쌓아 두느냐”고 볼멘소리를 자주 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책은 일 년 가야 한번.. 2010. 9. 5.
자리, 권력화와 인간화 2008.11.5 대부분의 공, 사조직에는 일의 분업체계가 있고, 그에 따라 자리와 직책이 있다. 대통령이나 대학총장, 큰 회사 사장이나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의 대표 등은 중요한 자리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막중하다. 그런가 하면 정보기관이나 검찰, 경찰 등 이른바 권력기관의 장은 그 직책 때문에 위협적 느낌을 던져주고, 교육, 봉사기관이나 종교단체의 장은 보다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다보면 우리 주변의 많은 자리는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 따라 그 실제의 역할체계 이상으로‘권력화’되기도 하고, ‘인간화’되기도 한다. 같은 왕의 자리라도 연산군 같이 희대의 폭군으로 역사에 남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종처럼 인간적 향기가 넘치는 성군(聖君)도 있다. 종교지도자나 학교장.. 2010. 9. 5.
뉴만 추기경의 기도문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도문이다. 그러나 좋아서 매일 되뇌이지만 실천을 하지 못하니 부끄러운 심경이다. 오 주님! 사랑하는 주님 제가 가는 곳마다 당신의 향기를 퍼뜨릴 수 있게 도와주소서. 제 마음을 당신의 정신과 생명으로 채워 주소서. 제 존재에 온전히 스며들고 차지하시어 제 삶이 당신 생명을 비추게 하소서. 저를 통하여 빛나시며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제 안에 깃들인 당신을 느낄수 있도록 제 안에 머무소서. 사람들이 저를 보지 않고 제 안의 당신을 보게 하소서. 저와 함께 머무시어 제가 당신의 빛으로 빛나게 하시고 다른 사람들이 제 빛으로 밝아지게 하소서. 아멘. 2010. 8. 16.
글과 인격 <성숙한 불씨> / 2009.4.29 흔히 글은 글 쓰는 이의 인품과 인격을 반영한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반신반의하는 편이다. 글로써 언필칭 도덕과 정의를 앞세우며 서릿발 같은 필봉을 휘두르는 논객들 중에도 실제 삶의 세계에서는 언제라도 와 손을 맞잡을 만큼 비도덕적인 사람도 적지 않고, 천상의 아름다운 어휘를 구사하는 문인들 중에도 막상 만나보면 속기(俗氣)가 철철 넘치는 이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큰소리만 치는 유명정치인이나 평판이 좋지 않은 대 기업가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아예 읽지 않는 편이고, 아는 이들의 글은 그 사람의 인격과 신뢰도를 감안해서 그 내용을 정도껏 받아들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사람은 글로써 자신을 오래 위장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여 진다. 한 사람의 글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 글속에서 그 사람.. 2010. 8. 16.
대안학교 이야기 2010. 8. 16.
책가방과의 오랜 인연 <성숙의 불씨> / 2009.2.6 돌이켜 보면 나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 거의 일생동안 책가방과 함께 살아왔다. 현재까지의 내 인생 대부분이 학창생활이거나 교수시절이었으니 책가방은 언제나 내게 필수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가방은 거의 내 몸의 일부나 다름없게 되었다. 책가방이 손에 없으면 마치 장수에게 칼이 없는 것처럼 금방 허전하고 불안하기까지 했다. 내가 원래 손에 들었던 우산이나, 몸에 지녔던 시계나 모자 같은 물건들을 곧잘 잃어버리는 편인데 여태껏 한 번도 책가방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없다. 어떤 때는 가방에 책과 자료를 가득 채우고 연구실에 갔다가 하루 종일 바쁘게 맴돌면서 책가방을 한 번도 열어보지도 못하고 저녁때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의 교수들이 비슷한 체험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항상 글에 쫓기다 보니.. 2010. 7. 14.
역지사지(易地思之) <성숙의 불씨> / 2008.11.5 지난 70, 80년대 대부분 대학의 교수 연구실에는 학교가 제공하는 이렇다 할 냉, 난방시설이 없어 더위와 추위를 교수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교수들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에는 주로 선풍기에 의존해서, 그리고 긴 겨울철에는 기름을 아끼며 석유난로를 피워 견뎠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인가 90년대 초부터 겨울철이면 중앙난방식으로 하루에 두 차례 불을 때 주곤 했는데, 그게 꽤나 인색해서 오후 늦게 되면 연구실에는 한기가 맴돌아 손을 비벼야 했다. 90년대에 들어와서 언제부턴가 냉방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에어컨은 교수 부담으로 스스로 설치하고, 전기료는 학교가 내준다는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머뭇머뭇하더니 젊은 교수들부터 한 사람, 두 사람 에어컨을 설치했고 그러다보니 90년대 말쯤에는.. 2010.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