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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삼모작> 질의. 응답 인터넷서점(교보)에서 출판사 를 통해 내 새책 에 대한 질문서를 보내왔다. 아래 내용은 그에 대한 나의 답신이다. 인터넷서점 [이슈 도서] 체크포인트 『인생 삼모작』 안병영 / 21세기북스 Q. 한국의 대표적 사회과학자이시고, 김영삼, 노무현 두 정부에서 교육부 수장으로 지내셨는데, 대학 정년을 앞두고 갑자기 강원도 고성으로 귀촌을 하시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울러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A. 서울태생인 저는 젊은 시절부터 노후에는 시골에 가서 ‘다른 삶’을 살아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번잡하고 세속적인 ‘관계의 망’ 속에 얽혀있는 대도시에서 벗어나서, 내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 싶은 열망이 컸고, 내 노후를 따스하게 안아 줄 수 있는 자연의 품이 그.. 2021. 10. 15.
멧돼지 소동 I. 한 달 전 쯤이다. 저녁 어스름에 효소 항아리들 근처에서 거뭇한 물체가 보이는 듯 해서 가까이 다가갔더니 웬걸 큰 개 같은 놈 하나가 놀라 나를 스치고 도망을 갔다. 옆구리를 그냥 조금 스쳤는데도 꽤 묵중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깜짝 놀라 도망간 쪽으로 눈을 돌리는데, 뒤를 따라오던 내 처가 큰 소리로 “멧돼지야!”하고 소리쳤다. 이미 저만치 달아난 놈의 뒷모습을 보니 중간 크기의 멧돼지가 틀림없었다. 그 순간 나는 멀쩡하던 다리가 풀려 엉거주춤 그 자리에 반쯤 주저앉았다. II. 이후 일주일간 우리 집 효소 항아리들은 큰 수난을 당했다. 지난 두 해 동안 수확해 담그어 놓은 블루베리, 오디, 보리수, 매실의 효소 항아리(항아리라기 보다 독이라 불러 마땅한 제법 큰 규모의 옹기) 아홉 개 중 다섯을.. 2021. 9. 13.
'인생 삼모작'의 머리글 빠르면 내달 중순쯤 내 새 에세이 집 이 사에서 출간된다. 부제는 '세 못자리에서 거둔 중도주의적 생활철학'이다. 여기 우선 그 머리글인 '글 머리에'를 선 보인다. I. 서울태생인 나는 젊은 시절부터 언젠가 노후에 시골에 가서 ‘다른 삶’을 살아 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15년 전 정년퇴임에 앞서 마지막 학기가 무섭게 이곳 속초/고성으로 내려왔다. 처음 2년 가까이 속초에 살다가, 이후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로 옮겨 와서, 한여름에는 농사짓고, 겨울에는 글 쓰며, 남들이 다니는 큰 길가에서 얼마간 비켜서서 한적하게 살고 있다. 인공(人工)의 작품인 거대도시를 떠나, 중간단계인 소도시를 거쳐 마침내 자연의 품인 농촌에 연착륙하면서 내 삶의 양식도 많이 변했다. 평생 책.. 2021. 8. 26.
바닷가에 나가 며칠 전 딸 내외와 둘째 외손자가 고성 새집을 찾아와 함께 바닷가에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딸이 사진을 찍어 보내 올려 본다. 내가 보아도 사진이 실물보다 젊게 나왔다. 15년 전 내가 속초/고성에 처음 내려 올 때 몸무게가 84 Kg 이었는데 지금은 71 Kg이다. 그간 해 마다 1Kg 정도씩 줄어 들었는데, 아마 농번기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얼굴도 많이 탔는데, 이제 8월말이면 더 새까맣게 변할 것이다. 2021. 7. 23.
586 운동권과 한국정치 I. 얼마 전 옛 제자 J가 찾아왔다. 그는 86학번으로 당시 내가 개설한 5개 과목을 모두 수강했던 자칭 내 열성팬인데, 그와 지난 얘기를 주고받다가 대화는 1980년대로 돌아갔다. 그는 내 정치적 관점과 관련해서 아래의 질문을 던졌다. 나는 허심탄회하게 그에게 답했다. 그 대화 내용을 가감 없이 여기에 담는다. II. J군: 1980년대는 질풍노도의 시대였습니다. 특히 80년대 중후반 대학에는 급진적 변혁 사상이 풍미하고 있었지요. 저는 86년에 학교에 들어 왔는데, 마음속으로는 사회주의 이상에 끌렸지만, 현실 사회주의는 물음표였습니다. 북한 사회주의는 물론 동구 공산주의도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의 ‘동구공산권체제변동’ 강의를 들으며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죠. 그런데, 그때 다른 많은 친.. 2021. 7. 19.
한국교육의 성찰: 성과와 과제 이 글은 2021년 6월 30일, 프레스 센터에서 개최된 금강대학교 주최의 국제회의 "인공지능시대의 공공정책과 인성교육'에서 필자가 발표한 기조연설 내용이다. 한국교육의 성찰: 성과와 과제 안병영(연세대 명예교수, 전 교육부총리) 1. 머리말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교육은 늘 상찬과 비판의 대상이었다. 한국교육은 특히 한국 밖에서 많은 찬사를 받아왔다. 그 대표적 관점은 우리나라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경이적인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성취할 수 있었는데, 그 추동력은 교육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세계교육포럼’에서도 각국 대표들이 한결같이 한국교육의 수월성을 크게 조명했다. 그러나 한국교육은 특히 국내에서 마치 동네북처럼 온갖 경제적, 사회적 난국을 초래한 주범으로 신랄한 공격의 .. 2021. 7. 6.
해당화 옆에서 나는 사람보다는 자연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기를 즐긴다. 그러다 보니 나나 내 처의 사진들은 대부분 다른 이가 찍어 보내준 것들이다. 얼마전 나를 찾았던 제자 B 교수가 해당화 옆에 서있는 우리 부부를 핸드폰으로 찍어 보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부부가 함께 사진에 오른 것은 실로 몇년 만에 일이다. 2021.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