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았던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I. 되돌아보니, 80년 가까운 내 생애에서 8년을 조금 넘는 기간을 해외에서 보냈다. 처음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5년 남짓 유학 생활을 했고, 이후 독일 만하임(Mannheim), 미국 시라큐스(Syracuse), 그리고 캐나다 벤쿠버(Vanquver)에서 각각 1년씩 그곳 대학에 연구교수로 있었다. 이들 유럽과 북미의 여러 나라, 도시들은 저마다 삶의 양식과 지적, 문화적 특성에 차이가 있어, 거기서 보낸 세월은 내 삶을 풍성하게 하고, 공부와 생각을 여물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영감과 숱한 추억을 남겼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다. 안전과 보건, 문화, 환경, 교육, 인프라 등 다양..
2020. 9. 24.
태풍 여록(餘錄)
불과 며칠 사이에 ‘마이삭’, ‘하이선’ 두 역대급 태풍이 동해안을 스치고 지나갔다. 언론 보도로는 “스쳤다”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훑으고” 지나간 느낌이다. 닷새 전 마이삭 때는 모진 광풍에 나무 몇 그루가 쓰러지고 대추가 다 떨어져 올해 대추 농사를 완전히 망쳤는데, 어제 하이산은 시간당 60-70m 폭우를 몰고 와, 끝내 우리 내외 대피 소동까지 벌어졌다. 어제(9월 7일) 오후 1시 반경, 고성군에서는 근처 저수지가 범람위기에 있음을 알리며, 원암리 전 주민에게 대피명령을 발령했다. 문자메시지로 보냈는데,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국회연수원 김교수님이 연락을 해줘 급히 뛰쳐나왔다. 비는 억수처럼 오는데, 대명콘도 방향 다리는 일부 훼손되어 길이 차단됐고, 집 가까이 폭이 무척 넓은 하..
2020.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