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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이웃집 웬수

2010. 10. 24. by 현강


I.
나는 요즈음 TV 주말 연속극 <이웃집 웬수>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연속극에 한번 빠지면 계속 보기에 시간이 아까워 가급적 피하는데 이 드라마는 거르지 않고 보고 있다. 이 드라마를 화제에 올렸더니, 한 친구가 내게 이 프로를 즐겨 보는 이유를 물었다. 나는 “건강해서, 그리고 쏠쏠한 재미도 있고”라고 답했다. 

 II.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를 스스로 따져 보았다. 대체로 다음 몇 가지로 간추려 질 듯하다.
우선 최근 TV에 소위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데 <이웃집 웬수>에는 복수, 살인, 불륜, 치정, 배신과 같은 추하고 어지러운 내용이 없어서 좋다. 큰 분노나 격정, 불안을 자아내는 장면도 별로 없다. 그래서 비교적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은 좋은 사람이거나 적어도 괜찮은 사람이다. 가끔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면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게 아니고, 또 엇나간 행동을 하다가도 끝내 좋은 쪽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약간 밥맛 없는 사람은 있어도 큰 밉상은 없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이 모두 순탄한 과거를 가진 사람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혼했거나 남편과 사별, 혹은 조실부모하는 등 대부분이 인생행로에서 이미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이 이들을 빗나가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성숙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 흐름이 갈등모드라기 보다 화해모드다. 여기 나오는 인물은 주, 조연을 막론하고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주위 형편을 고르게 살피고, 자신에게 되물어보며, 지난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의 개성 있는 캐릭터도 마음에 든다. 의대를 중퇴하고 요리사의 길을 택한 주방장이나, 뒤늦게 발견한 자신의 재능을 살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의 입신을 꿈꾸는 은서엄마가 그렇다. 다른 인물도 모두 자신의 일의 세계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내일을 개척한다. 사랑의 세계에서도 저마다 개성이 번득이지만, 가족과 인륜의 조화를 위해 인내하고 배려한다. 

윤지영(유호정)과 장건희(신성록), 김성재(손현주), 강미진(김성령) 간에 벌어지는 결혼, 재혼, 재결합의 숨바꼭질도 재미있지만, 엉킨 인연의 실타래를 힘들게 풀어가는 채영신(김미숙)과 김우진(홍요섭)간의 중년의 사랑도 흥미롭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지난날의 향수를 자아내며 늦가을의 정취를 풍기는 후자에 더 끌릴 때가 많다.

막장 드라마의 요소가 전혀 없으면서도 이 드라마는 솔솔한 재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규범을 지키고 간혹 교육적 내용도 함축하면서 그 틀 안에서 감정의 섬세. 미묘한 변화, 갈등의 전개와 수습, 반전과 재반전 등을 통해 적절한 긴장을 창출하고 흥미를 돋운다.


이 드라마가 앞으로 어떻게 종결이 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대체로 감이 잡히긴 하지만, 그동안도 두어 번 반전이 있었기 때문에 마무리 단계에서 어찌 될지 확실히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더라도 내 심기가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듯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주인공들이 고뇌하고 숙고하며 어렵게 내린 결론이고, 그들 스스로가 그 결과에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도 그 결과를 그들 입장에서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수용할 생각이다.

<이웃집 웬수>는 건강하고,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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