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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세모에 인사드립니다

2015. 12. 29. by 현강

세모에 인사드립니다. 

 

나이가 들면서 세월의 흐름을 빠르게 느낀다더니 정말 그러네요. 한 해가 후딱 지나갔습니다, 자연에 기대어 멀리서 내다보는 세상은 늘 그랬듯이 어지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내가 감지하지 못하는 사이 역사는 한 발짝씩 전진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 나마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프지 않고 집안에 큰 변고없이 세밑까지 왔으니 퍽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 70대 후반기에 접어듭니다. 새해가 되면 제가 이곳 속초/고성으로 내려 온지 도 어언 10년이 됩니다. 해가 갈수록 점차 농사짓기가 힘들어져서 요즈음은 몇 년이나 더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에게 물어 보곤 합니다. 앞으로 그런대로 서너 해는 괜찮을 것 같으나, 글쎄 그것도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겨울에 글 쓰는 것도 생각 같지만 않습니다. <데드라인>에 쫓기지 않아 좋지만 지적 영감이 메말라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지인들은 시골 살며 외롭지 않느냐고 자주 묻습니다. 그리 절절하게 외롭다고 느끼지는 않으나, 간혹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곤 하지요. 글쎄요. 그게 바로 외로움인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한 것은, 제가 자연 속에 혼자 있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시골생활을 마다하지 않은 제 처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자연의 품속에서 혼자 생각하고, 혼자 책 보고, 혼자 산책하고, 그리고 혼자 땀 흘려 일하는 게 즐겁습니다. 이일 저일 혼자 걱정할 때도 많지요. 나라 걱정, 세상걱정, 아픈 친구 걱정, 걱정꺼리도 끝이 없네요. 드물게 기도도 드립니다. 세상 잘 되라고 하기 보다는 제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하는 것 같습니다.

 

새해에 별다른 소망은 없습니다. 그냥 웬만한 정도의 건강과 일할 능력이 새해에도 주어졌으면 백번 고맙겠다는 생각입니다.

 

한, 두 줄 쓴다고 시작했는데, 글이 길어 졌습니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데, 여러분들과의 긴 인연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새해를 앞두고 늘 건안하시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안병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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