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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좋은 글을 쓰려면

2013. 9. 29. by 현강

                                    I

   얼마 전 제자 한 사람이 내게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까?”라고 진지하게 물었다. 나는 “그거야, 글 쓰는 사람 모두의 고민이지, 내가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것을 지금 자네가 내게 묻고 있네” 라며 대답을 피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그래도 선생님은 이 문제로 저보다 오래 고민하셨을 터이니, 경험담이라도 얘기해 주세요”라며 때를 썼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II.

첫째 절실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

   내 경험으로는 정말 쓰고 싶을 때 좋은 글이 나온다. 별로 내키지 않는데 청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거나,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 경우, 좀처럼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꼭 쓰고 싶은 주제를 만나면, 가슴이 뛰고 온 몸에 전율은 느낀다. 그러면서 자신을 던지고 싶어진다. 그럴 때 비록 명품이 아닐지라도 얼마간 영혼이 담긴 글이 나온다.

 

두 번째 고민하라, 그리고 늘 머리에 달고 다녀라.

  재주가 많은 이는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글을 내리 쓴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늘 주제와 오래 치열하게 씨름을 해야 한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머리 한 구석에 주제를 담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산행할 때는 물론 심지어 자다가 꿈에서도 그 주제와 자주 만난다. 그러면서 생각이 숙성되고, 글의 윤곽이 떠오른다. 고민의 터널을 거쳐 생각이 정리되면 글은 빨리 쓰는 편이다.

 

세 번째, 긴장을 풀어라, 그리고 솔직하라.

  운동선수도 어깨에 힘을 들어있으면 좋은 성적이 나오진 않는다. 글쟁이도 마찬가지다. 잘 쓰려는 마음이 앞서 크게 벼르고 한껏 긴장해서 책상에 다가가면 글이 막히고 파지만 생긴다. 평정심을 가지고 그냥 자기 생각을 바르게 옮길 생각을 하면 글이 자연스레 풀린다. 현학적인 표현이나 미사여구에 집착하면 글은 왜곡되고 빛을 잃는다. 또 제 자랑에 몰입되면 글이 천해 진다.

 

네 번째 내 얘기가 있어야 한다.

  시험답안지는 자신이 아는 지식과 정보를 잘 요약해서 정리하면 된다. 그런데 자기 이름으로 쓰는 글은 그래서는 안 된다. 비록 그게 별게 아니라도 자신만의 생각, 자신의 관견(管見)이 있어야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도 적어도 한 조각 영감을 던져 주거나 자기 특유의 색깔이 있어야 그게 자기 글이다.

 

다섯째로 제 마음에 들어야 한다.

  독자를 너무 의식하면 글이 장사속이 되거나 자칫 필자 자신을 기만하게 된다. 그래서 무엇보다 제 마음에 드는 글을 써야 한다. 스스로 읽고 좋으면 그게 좋은 글이다. 따라서 명품을 겨냥하기보다 진품을 추구해야 한다.

                                

                                       III.

  나는 글쓰기를 무척 좋아한다. 또 글 쓸 때가 제일 편안하고 행복하다. 하느님이 내게 뛰어난 글재주를 주시는 대신 글쓰기를 좋아하는 심성을 주신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농한기에 접어든다. 한 여름 농사하며 머리에 담아두었던 생각들을 글로 쏟아 낼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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