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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50세부터는 인격이 좌우한다

2013. 6. 7. by 현강

                                    I.

    나는 제자들에게 자주 인품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인격이나 사람 됨됨이가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에게 큰일을 맡기기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다. 젊었을 때는 남보다 능력이나 재주가 월등하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윗사람의 총애를 받게 된다. 그래서 남보다 빨리 승진하거나 중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직의 계층제에서 일정 단계를 넘게 되면,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당사자의 업무능력이나 기능적 우수성 보다 그 사람의 인품과 신뢰성의 비중이 부쩍 높아지게 마련이다. 정부 관료제의 국장급 이상, 대기업의 임원, 혹은 다양한 조직의 핵심적 직책처럼 높은 수준의 공적 책임과 헌신을 요구하는 자리들의 경우, 별 예외 없이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제자들에게 인격을 닦는 일이 실력을 쌓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며, 50세 부터는 유능성보다 인품이 인생의 행로를 결정한다고 자주 말한다.

I

                                 

                               II.

   나는 살아오면서 머리 좋은 사람, 재주 많고 유능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하고 부러워한 적도 많았다. 그러면서 때로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적지 않았다. 아직도 나는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들 보다는 유능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훨씬 좋아 한다. 그러나 그동안 이른바 재승덕박(才勝德薄)한 사람들도 자주 보아왔다. 그들은 재주가 뛰어나서 한동안 위아래로부터 일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인품이 자리에 미치지 못해 주위와 자주 부딪히고 공사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바람에 큰일을 그르치기 일쑤다. 재승덕박한 이들에게는 그가 지닌 뛰어난 재주가 자칫 해악이 될 때가 많다. 그 재주를 바르지 못한 목적이나 부정한 일에 쓰기 때문이다,

 

   사회 각계의 진정한 대가들은 대체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인격을 갖춘 분들이다. 반면 천부적 재주만 믿고 인격형성에 소홀히 한 사람들은 대체로 한때 반짝하거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다가 하루아침에 이슬처럼 스러지는 경우가 많다. 인격이 뒷받침이 없으면, 거듭된 실패 후에 좀처럼 재기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나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저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꽃피운 인격적 깊이가 있는 이들이다.

 

   내가 인품을 이야기 하면서 강조하는 기준들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신뢰성이다. 그들은 약속이나 합의를 어기지 않고 상황변화에 따라 쉽게 변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계절의 사나이>, 한결같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잦은 소통이 없어도 늘 믿음직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두 번째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공익과 대의를 중시하고, 공동체의 큰 목표를 지향하며 자신의 출세나 영달에 목을 매지 않는다. 세 번째로 돈과 권력, 윗사람에 아부하거나 시세에 편승하지 않고, 뒤진 자들에게 겸손하다. 그들은 성공에 오만하지 않고, 실패에 크게 좌절하지 않는다. 네 번째로 그들은 고전적 기풍과 문화적 격조를 지니고 있다. 그들은 역사와 문화의 중후함을 간직하면서 진중하게 처신한다. 그들의 언행 속에는 사색의 깊이와 철학, 역사와 예술 세계와 맞닿는 그윽한 고전적 향기가 깃들어 있다.

 

   인격과 인품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속에서 체험과 학습,각고와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면려(勉勵)와 내공(內工)의 결정체이다.

 

                                       

                                      III.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개념은 경제적 관점에서 인간의 가치를 바라볼 때 많이 쓰인다. 따라서 유능성과 생산성이 강조된다. 한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신뢰성에 역점을 둔 개념이다. 가정과 조직, 그리고 큰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신뢰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쌓여 질 때, 사회적 자본은 축적된다. 여기 더 해서 최근에는 문화적 자본(cultural capital)이라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이 개념은 개인의 예술적, 문화적 경험과 학습을 통해 체화된 문화적 산물을 뜻한다. 즉 인간의 사고나 행동양식에서 드러나는 문화적 향기 같은 것이다. 과거에는 국가나 개인의 발전에서 인적 자본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었지만, 근래에는 사회적 통합과 높은 수준의 발전을 위해 인적 자본 외에, 사회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이 두루 인식되고 있다. Cote 같은 이는 이들, 인적, 사회적, 문화적 자본의 통합된 총체를 ‘정체성 자본(identity capital)이라고 부르고 있다.

 

   위에서 논의한 인간의 유능성이나 재주는 인적자본에 비유될 수 있다. 반면 인격이나 인품은 사회적, 문화적 자본에 상응하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정체성 자본의 개념은 유능성과 인격성의 총화라고 볼 수 있다. 유능성과 인격성이 높은 수준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인간의 정체성은 가장 찬연히 빛난다.

 

                                          IV.

   지도자에게는 사람을 잘 알아볼 수 있는 능력, 즉 지인지감(知人之鑑)이 필수적 요체이다. 경륜 있는 지도자일수록  주요한 직책에 사람을 구할 때는 당사자의 인격과 인품을 눈 여겨 본다. 따라서 인생 나이 50을 넘어서도 자신의 재주만 앞세우는 이들에게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 대신 동서양 고전의 문화적 향기를 머금은 인간의 격조는 백리향처럼 멀리 미치고, 천일홍처럼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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