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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프로이드와 아들러

2012. 4. 13. by 현강

         프로이드와 아들러 


        I.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정신의학자이자 정신치료가로서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에 이어 제2 빈 학파로 불리는 아들러는 당대에는 프로이드의 명성에 밀렸으나 그의 이론의 진가는 그의 사후에 재평가되어, 오늘날에는 프로이드, 칼 융(Carl Yung, 1875-1961)과 더불어 현대 심리학의 거장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한때 프로이드의 핵심 서클에 속했으나 이후 프로이드와 결별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체계를 형성하게 되는 데, 그 과정에서 프로이드와 많은 갈등을 빚는다. 양자의 관계가 사제지간이냐 동료냐, 아들러가 신프로이드 학파에 속하느냐 여부 등의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천하의 프로이드가 아들러와 결별한 후, 아들러의 심리학을 크게 의식하면서 여생을 아들러를 비난하는 일로 일관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아들러는 자신이 프로이드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것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프로이드의 과오로부터 자신의 심리학을 발전시켰음을 강조했다.  

  프로이드가 아들러를 난쟁이에 비유하면서, “내가 난쟁이를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혹평하자, 아들러가 “거인 어깨 위에 서 있는 난쟁이는 그 거인보다 훨씬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응수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위의 아들러의 인용은 아이작 뉴턴이 선인들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강조하면서, “If I have seen a little further, it is only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라고 말한 데서 비롯된다. 


        II.

  여기서 잠시 아들러의 이론을 살펴보자. 프로이드는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데, 쾌락에의 의지(will to pleasure)나 성적충동을 강조했는데 비해, 아들러는 인간 마음속에 존재하는 ‘열등감’(inferiority)에 큰 관심을 쏟는다.  아들러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열등감을 갖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월성(superiority) 내지 자기완성(self-perfection)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때 그 물꼬를 잘 터주는 경우, 자신의 잠재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자신의 열등감을 보상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활양식을 형성하게 되는데, 신체적 열등감을 창조적인 힘으로 승화시킨 예로 헬렌 켈러, 웅변가 데모스테네스, 올림픽 트랙 삼관왕 월마 루돌프,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 사도 바울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만약 보상할 수 없는 열등감이나 과도하게 보상된 열등감이 있으면, 인격의 왜곡이 생기며, 이을 시정하기 위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교육자, 사회사업가, 종교가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고, 신프로이드 학파와 카운슬링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들러는 인간을 총체론(Holism)의 입장에서 접근하여, 전인(全人, a whole person)으로 보았다. 따라서 인간은 에고(Ego)와 이드(Id), 수퍼에고(Superego)와 같은 생경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나누고, 환자의 모든 문제를 성적(性的)인 것으로 해석하려는 프로이드와는 거리가 벌어졌다. 또한 인간은 개인의 독특한 성격 및 생활양식의 형성, 그리고 인생의 목표를 추구하는 역동적인 ‘창조적 자아’로 인식하였다. 이처럼 그가 인간을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며, 자유와 책임을 지는 주체적 존재로 보았다는 면에서 실존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는 개인이 다른 사람과 공동선을 위해 함께 일하는 능력의 지표로 ‘공동체 감정’

 (Gemeinschaftsgefuhl)을 강조했는데, 그는 이를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다른 사람의 귀로 듣고, 다른 사람의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아들러의 이론과 방법론은 개인의 일상적이고 실제적 삶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프로이드의 성적 집착이나 융의 신비주의적 접근과 차이가 컸다. 그 때문에 심리학의 주류에서 폭넓게 수용되었다.


             III.

   얼마 전 TV 토크 쇼에서, 어떤 연예인이 “오늘의 저를 만든 것은 제 마음속에 내재하는 뿌리 깊은 열등감이었습니다.”라고 술회하는 것을 들으며, 아들러를 생각했다. 실제로 세상에 열등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열등감이 어디서 비롯하였든 간에, 그것을 바르게 극복하고, 창조적으로 승화할 때  누구나 자기완성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아들러는 말년에 우월성(superiority)이란 개념 대신에 자기완성(self-perfec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거인 프로이트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난쟁이 아들러의 그림이 인상적이라 하나 골랐다. 즐겁게 감상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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