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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겨우내

2012. 3. 20. by 현강

   앞마당에는 봄기운이 움트고 있지만, 먼 산과 뒤뜰에는 눈이 그대로다. 그러나 그 길던 겨울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나는 지난 석 달 너머 책을 집필하느냐 온 정신을 거기 쏟았다. 겨우내 글만 쓴 셈이다. 일단 탈고를 해서 가까운 전문가 두 분에게 넘겼다. 읽고 가차 없는 논평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분들 평이 나오면 여유를 두고 한 달쯤 글을 더 다듬을 생각이다. 우선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 다음에 출판사를 찾을 작정이다.

   글을 마치니 기다렸다는 듯이 감기 몰살이 찾아 와서 요즈음 고생을 하고 있다. 긴장이 풀린 탓인듯 하다.따지고 보면 집필기간 중에도 변고가 없지 않았다. 한밤중에 전화를 받으려다 헛짚어 침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손목 인대가 파열되고 허리를 다쳐 큰 고생을 했다. 의사 선생님이 손목 기브스를 5주 이후에 풀라고 엄명을 내리셨는데, 글 쓰려는 욕심에 2 주 만에 풀고 혹사를 했더니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시큰 거리는 게 영 시원찮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데 왼쪽 눈이 계속 희미해져서 안과에 갔더니, 백내장이 제법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왼쪽 눈은 백내장이 이제 시작이니 웬만하면 몇달 기다려 한꺼번에 하는게 좋겠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신통찮은 눈으로 글을 마무리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었다. 감기가 낳으면 다시 안과를 찾을 생각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기억력도 옛 같지 않아 며칠 전 읽은 글도 내용이 가물가물하고, 쓴 것을 잊고 다시 쓰기도 했다. 바쁜 일이 생겨 하루만 손을 놓아도 다시 발동을 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쓰다가 여러 번 좌절했고,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탈고를 하고 나니 긴 터널을 지난 것처럼 마음이 가볍다. 이제 편안하게 봄을 맞을 기분이다.

   책을 쓰는 동안 가장 소홀이 했던 것이 <현강재>였다. 정말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다. 젊었을 때는 한 몫에 몇 가지 일도 했던 것 같은데 이제 그게 힘들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하게 되면 따로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 자연 다른 일은 제쳐 놓게 된다. 독자들에게 정말 미안하기 짝이 없다.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자주 글을 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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