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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10000번의 클릭!

2011. 12. 25. by 현강

              I.
 

    몇 달 전 감기약을 사려고 속초 시내 중앙시장에 있는 한 약국을 찾았다. 그런데 약사분이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 제가 가끔 선생님 블로그에 들립니다.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라는 게 아닌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기에 깜짝 놀랐다. 이럴 때면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예의 부끄럼증이 발동해, 얼굴부터 달아오른다. 어떻게 내 블로그를 아시느냐 물었더니, 그분은 “ ’좋은 교사‘에 실린 선생님 글에서 블로그 주소를 알았어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고맙다.”라는 말을 남기고 빨리 약국을 나왔다. 내 블로그 주소는 몇몇 주변에 지인들, 제자들이나 알거니 했더니, 생각지 못한 곳에서 독자를 만난 것이다. 고마운 마음이 앞서지만, 역시 부끄러움이 따른다. 벗겨진 내 몸을 모르는 사람에게 들킨 느낌 같은 것이다.

               II.

    내 블로그는 2010년 여름에 닻을 올렸다. 내가 이곳 속초/고성에 와서 멀리 지내니, 제자인 연세대 정무권 교수가 가끔 글을 쓰며 외로움을 달래라고 만들어 준 것이다. 말하자면 글 쓰라고 ‘안겨 준’ 셈이다. 제자들과 지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작은 글밭이라, 나도 고맙게 받았고 부담 없이 가끔 글을 올렸다. 정치적 쟁점이나 사회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내가 어쩌다가 장기 여행을 하던가, 바쁜 일에 쫓기면 한참 글을 올리지 못하는데, 그때면 지인들이 무슨 일이 있느냐고 연락이 온다. 그러다 보니 내 블로그는 내 건재를 알리는 바로메타가 되기도 한다. 일이 어떻든 나는 언제라도 내 생각을 토하고 펼칠 수 있는 매체가 생겼으니 글쟁이인 내게는 작은 날개가 달린 폭이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접속자의 범위가 늘어갔다. 그렇게 한 해 반이 지났다.

              III.

    아마도 성탄절인 오늘 클릭 수가 10000번 을 기록할 듯하다. 변변치 못한 사람과 그 사람의 글에 관심을 두고 찾아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러면서 대단한 글을 쓰지는 못해도, 적어도 거짓 없는 글을 쓰겠다고 약속드리고 싶다. 내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글, 위선이나 과장, 허풍, 근사하게 보이기 위한 수사나 둔사가 없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싶다, 한 번의 클릭에도 마음과 정성이 따르는데, 만 번의 클릭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가슴이 따듯해 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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