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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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 인터뷰
내가 2003년 8월 27일, 중도를 표방하며 새로 출범한 인터넷 신문 창간호(아래 인터뷰/기사/카툰 참조)를 위해 김수환 추기경님께 조심스레 인터뷰를 청했더니, 어른께서 흔쾌히 수락하셨다. 당시 추기경님께서는 오래동안 바깥 세상과 멀리 하시며 장기간 신문 인터뷰를 전혀 않하셨던 시기라, "그럼 해야지요"라는 말씀에 순간 마음이 뜨겁게 북받쳤다. 인터뷰는 물흐르듯 이어졌다. 담담한 어조셨지만, 강조하실 대목에서는 힘주어 말씀하셨다. 인터뷰를 마치고, 신앙에 관해 한참 말씀을 나눴다. 돌이켜 보면 더없이 귀하고 소중한 추억이다. 이 인터뷰에는 노무현 정부 초기에 김수환 추기경님의 시국관이 고스라니 담겨있다. 아래 창간호에 내가 쓴 인터뷰 기사를 그대로 옮긴다. 김수환 추기경 창간 인터뷰 김수환 추기경은 우..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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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
요즘 나는 계간지 에 "왜 독일모델인가"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세 달에 한번 쓰는 글이니 큰 부담이 없어 시작했는데, 주제가 만만치 않아 원고 보낼 때가 다가오면 늘 마음이 바쁘고 데드라인에 쫓긴다. 그래서 을 주제로 에 글을 하나 써볼 까 구상을 하다가, 괜스레 무언가 마음에 집히는 듯 해서 혹시 유사한 주제로 내가 글을 쓴 적이 없나 하고 뒤적여 봤다. 그랬더니 왠걸 내가 10여년 전에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이 에 "데드라인과 더불어"라는 글을 이미 올린게 아닌가.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일이 내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져, 그 글을 다시 보며 "내 기억력이 이렇게 쇠퇴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데 글 내용을 보니, 내가 새로 써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듯 해서 여기 약간 고쳐 다시 옮긴..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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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현상'
I. 1984년, 미국의 레이건이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하자, 선친(先親)께서 무척 기뻐하셨다. 내가 의아해하니, 선친은 “내 나이 또래의 70대 중반의 노인이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직을 두 번씩 맡게 됐으니, 내게도 큰 힘이 되고 격려가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당시만 해도 70을 넘으면 상노인(上老人)으로 여겨질 때라, 나는 그러실만하다고 쉽게 수긍을 했다. 그런데 그간 노령화가 크게 진전되어, 82세의 현직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준비하고 있고 그에 맞서는 트럼프 전직 대통령도 80세 턱밑의 나이니, 40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에 나이가 주는 함의(含意)가 크게 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는 나이로 10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신문에 기고하고 흐트러지지 않은 매무새로 강연과..
2023.10.31
자전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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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춘추와의 인연(III)
I. 나는 가끔 /Annals 주간 시절이, 참으로 힘겹고 어려운 시간이었는데, 왜 강렬하고 아름다운 색깔로 내 뇌리에 자주 떠오를까 의아할 때가 많다. 또 그 때의 고생스러웠던 큰 기억들은 시간과 더불어 점차 퇴색하고, 당시에 소소하고 단편적이었던 한 컷, 한 컷의 즐거웠던 작은 순간들이 덧칠되고 미화되어 밀도 있게, 또 낭만적으로 추억되는지 신기할 때가 많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고통 속에서 겪는 작은 행복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존재인 것 같다. '연세춘추와의 인연(I)'올 올린 후, 당시 기자였던 안인자 교수가 내게 문자를 보내, “춘추와 함께 한 1년 반은 참으로 제 생의 황금기였어요”라는 술회했다. 나는 “와! 이 친구들도 그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조금 놀라고 크게 기뻤다..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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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춘추와의 인연(II)
I. 연세대 백양로를 따라 걷다 보면, 본관 가까이 왼편에 나지막한 언덕이 나온다. ‘시인의 언덕’이라 불리는 이 언덕 위에 윤동주 시비(1968년 건립)가 있고 그 뒤편에는 2층 규모의 고색창연한 작은 석조건물이 하나 있다. 당시 가 이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건물은 일년 사계절을 늘 아름답게 품에 안았고, 돌집이라 특히 여름에는 시원했다. ‘핀슨홀(현 윤동주 기념관)’로 불리는 이 건물은 1922년 연희전문학교의 기숙사로 지어졌는데, 윤동주 시인이 1940년 후배 정병욱(훗날 서울대 국문과 교수)과 함께 하숙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2년여를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연세대 캠퍼스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인 이 건물은 밖에서 보면 2층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며 다락층도 있어 실제로는 3층인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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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춘추와의 인연(I)
I. 1976년 3월 초, 내가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연세대로 직장을 옮긴 후 한 학기가 지난 때였다. 총장(이우주)님이 나를 보자고 연락을 주셨다. 왜 나를 부르실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의아해 하면서 찾아뵈었더니, 나보고 대학신문인 와 영자신문 Annals 주간을 맡으라는 것이었다. 그러시면서 내가 학창시절에 연세춘추 기자를 했던 이력이 있고, 나이도 젊어 학생기자들과 교감을 잘 할듯해서 발탁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네“하고 답하고 총장실을 나왔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내 앞에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II. 나는 원래 어려서부터 언론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시절 한때는 장래 직업으로 기자를 꿈꾸기도 했었다. 그래서 대학신문의 주간을 맡는다..
2021.03.11
인터뷰 / 기사 / 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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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섭 부총장 취임 권면사
지난 2월 22일 제자인 하연섭 교수의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부총장 취임식에서 권면사를 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옮긴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6년 연세대학교를 퇴임한 후, 올해로 18년 째 강원특별자치도 고성에 살며, 공식적 자리에 얼굴을 내 밀지 않으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매우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연섭 교수의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부총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 이유는 하연섭 부총장과 연세대학교 미래켐퍼스와의 각별한 인연 때문입니다. 하연섭 부총장은 제 오랜 애(愛)제자이고, 또 한때 같은 과 동료였습니다. 함께 책도 같이 썼고, 제가 2003년 교육부총리로 국정에 임할 때, 그가 약관의 나이로 국장급 정책보좌관으로 제 옆에서 저를 크게 도왔습니다. 그 때문에 누..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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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인터넷 신문 <업코리아> 독자의 품으로
한국일보 2003/8/28 중도를 표방하고 합리적 토론을 지향하는 인터넷 신문 업코리아(www.upkorea.net)가 2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창간기념식을 갖고 첫 호를 인터넷에 띄웠다.업코리아는 학계, 법조계, 문화예술, 여성, 시민사회, 종교, 지방 등 600여 명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해 만든 대안 언론으로, 좌우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코리아 대표 안병영(安秉永·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전 교육부 장관은 이날 창간기념식에서 "이념과 세대, 집단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며 "정책전문성을 지닌 지식인과 온건개혁 노선의 시민운동가들이 참여한 업코리아는 중도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공론..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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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길 2
20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