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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차기정부에 바란다: 교육, 복지 정책

2012. 6. 29. by 현강

이글은 한국 행정학회 하계 대회(2012/6/29)의 <차기정부에 바란다>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표한 토론문 요약이다.

 

 

차기정부에 바란다: 교육. 복지 분야 

 

1. 새 정부가 지향해야 할 큰 방향

 

  지나친 이념지향을 지양하고 중도개혁의 입지에서 대결보다는 타협과 합의를 지향하는 상생정치, <자유와 평등의 변증법>을 추구해야 한다.

  점진개혁, (사회적) 합의개혁, 정권의 수명을 뛰어 넘어 지속가능한 개혁이 바람직 하며, 그런 의미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른바 ‘대못박기’식 정권사업은 금물이다. 국리민복의 차원에서 실현가능, 지속가능한 정책개발에 힘써야 한다.

 

2. <교육, 복지>분야의 거시적 정책방향

 

  ‘사회투자국가’ 개념과 사회투자적 정책접근이 바람직하다. 이 모형/접근은 세계화, 후기산업사회의 도래, 인구고령화 등 변화하는 정책환경에 대응하여 1990년대 후반 이후, 사회정책 및 교육정책에서 나타난, 거시적 정책지형이다. 신자유주의가 지향하는 경제적 효율성과 기존의 사민주의적 복지국가가 표방했던 사회적 형평성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는 정책모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급여와 권리에 초점을 둔 재분배적, 소비적인 기존의 복지국가 지향과는 차이가 크다.

 

  사회정책적 접근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생산적’, ‘사회투자적’ 복지(및 교육)에 역점을 두며, 투자의 효율성, ‘사전예방적’ 투자(preventive investment)에 초점을 맞춘다. 이 접근은 특히 교육과 복지정책이 체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도록 배려하는데 큰 관심을 쏟는다.

 

  교육에 있어서 수월성과 형평성, 사회복지의 보편주의와 선택주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화와 균형, 슬기로운 조합의 문제다. 따라서 이념적 대결보다, 어떤 정책혼합(policy mix) 이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고, 보다 실현가능한 것이냐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 있을 뿐이다.

 

  사회투자적 접근에 입각할 때,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교육, 노동시장정책 및 사회정책을 두루 포괄, 조율하는 넒은 의미의 사회정책을 구상할 수 있다.

 

3. 교육부문

 

  교육개혁의 기본철학은 대체로 세 가지 물줄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1) 지덕체의 고른 발전 및 인성의 함양을 추구하는 본질주의적 입장, 2) 능력신장과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는 경제주의적 입장, 3) 교육기회의 평등과 뒤진 자에 대한 교육적 관심을 강조하는 평등주의적 입장이 그것이다. 간략하게 인성지향, 수월성지향, 형평성지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수사적(修辭的) 차원에서 본질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나, 실제로 경제주의와 평등주의간의 이념적 대결이 치열한 양상이다. 그러나 인성, 수월성, 형평성은 어느 하나도 소홀이 할 수 없는 주요한 가치이며, 따라서 이들 간의 관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화/조합의 문제다. 이를 위하여 세 가치의 시기적 배열 내지 시기적 조합을 제안한다. 즉, 유. 초등교육에서는 본질주의적 접근에 입각하여 인성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창의성의 씨앗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등교육에서는 형평성과 수월성을 조화롭게 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고, 대학교육에서는 보다 수월성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전 교육단계에서 수월성 위주의 정책을 전개하였다. 따라서 이 편향된 정책노선의 수정과 개혁이 시급하다.

 

  사회투자적 접근의 차원에서 인적자원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더불어 기회의 평등 (내지 생애기회의 평등)과 지식기반사회의 새로운 사회적 위험들(저숙련, 저지식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즉 ‘지속적 고용가능성’(sustainable employability)을 높이는 데 큰 비중이 두어져야 한다. 따라서 사회투자적 접근의 기본적 지향은 전통적 학령기교육의 틀을 넘어 유아로부터 고령에 이르는 생애주기에 걸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큰 관심을 두어야 한다. 특히 ‘미래의 시민’인 아동에 대한 투자, 특히 영.유아 공공보육/교육의 강화 및 질적 제고가 중요하며, 아울러 각급 학교 교육의 기회의 확대와 질적 제고, 평생학습체제의 구축에 힘써야 한다. 현 단계에서 특히 인성교육 활성화, 수직적 고교다양화(서열화) 정책의 수평적 다양화 정책으로의 전환, 고교정상화에 기여하는 대학입학제도, 대학구조조정과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 제고,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그리고 직업교육 강화가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복지의 획기적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새터민 및 장애학생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지원이 요구된다.

 

  특히 교육정책을 둘러싼 이념적 갈등과 대결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정파적 교육정책 추진을 위해 협력적 교육 거버넌스의 구축을 제안하고자 한다. 법률에 의해 구성된 가칭 ‘국가교육위원회’ 내지 ‘국가 교육발전 협의회’가 그것인데, 야야 정당, 학계 및 교육계, 경제계 및 노동계, 시민(교육), 학부모 단체 등의 추천인사로 구성하여 국가의 미래와 연관되는 주요 교육정책을 심의하고, 정부에 자문, 건의하는 기능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4. 복지부문

 

  한국의 경우, 아직 복지지급의 총량(GDP의 10% 미만)이 낮고, 현단계에서 사회지출의 대부분이 의료비와 연금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단계인 고령화, 그리고 국민연금의 미성숙 등으로 지출의 절대수준은 OECD 평균에 비해 많이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복지폭발은 시한폭탄처럼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

 

  GDP의 25% 이상을 사회복지에 쓰는 고(高)복지국가 중에도 연금과 의료라는 전통적인 두 개의 거대 복지 프로그램에 사회지출을 집중하는 나라들(예: 이태리, 그리스)이 있고, 이들 전통적 프로그램을 제외한 나머지 사회지출, 특히 가족과 고용복지(공보육, 유아휴직수당, 가족/아동 수당, 실업/구직 수당 및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사회지출의 반 이상을 투자하는 나라들(스웨덴, 덴마크 등)이 있다. 그런데 이 들 두 그룹간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노출되는 정도에 현격한 차이가 드러나, 전자는 후자에 비해 크게 취약하다. 따라서 복지총량 못지않게 복지지출의 구성이 중요하다. 복지지출 총량은 국가경쟁력과 마이너스 관계인데 비해, 가족과 고용복지 지출은 국가경쟁력과 강한 플러스 관계이다. 중장기적 조망에서 볼 때, 가족과 고용복지지출은 고용률을 높이면서, 미래성장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확충하는 이른바 ‘사회투자적’, ‘생산적’ 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근로가정지원 현금급여+사회서비스+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장기적으로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퇴직연금, 기초노령연금이 지속가능하도록 정책적 배려를 계속해야 할 것이나, 이들 전통적 복지프로그램의 과부하 때문에 사회투자형 복지프로그램이 크게 위축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상의료를 지나치게 앞세운다던가, 기초노령연금을 사회수당식으로 무작정 확대하자는 주장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사회화된’ 산.전후 유급휴가, 공보육/교육 강화, 적격성요건이 강화된 구직급여,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근로장려세제(EITC)와 최저임금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양재진, 한국복지국가의 발전 전략, 미발간 원고 참조)

 

  한국 복지국가의 제도적 기반을 튼실하게 다지는 문제가 매우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복지재정의 확보 문제에 대해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운동이 기업별로 파편화되어 있어, 노동운동의 에너지가 기업의 임금인상과 기업복지 향상을 위해 소진되고, 공공복지 증진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노동운동의 산별화와 노사정위원회의 활성화가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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