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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10년내 한국사회의 최대이슈

2015. 11. 1. by 현강

아래글은 박대준미래전략연구소에서 제기한 <10년대 한국사회가 당면한 최대이슈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에 대한 나의 답글이다. 40여명의 글을 모아 최근 책으로 출간되었다.  

짧게 집약한 글인데, 나름 꽤 고민하며 쓴 글이다.

 

 

1. 남북한 관계

-남북한 관계는 세계정세의 변화와 북한 자체의 변화, 그리고 한국의 대응자세 등에 따라 가변적이다. 세계정세는 앞으로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점차 미국과 양극체제를 형성하며 한국에 대한 영향을 증대시길 것으로 본다. 반면 일본, 러시아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리가 본다. 북한의 변화는 예측이 가장 어렵다. 붕괴 가능성부터 체제 장기화 가능성 모두 열려있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다.

-국제관계에서는 실용주의 지향의 유연한 정책지향이 필요하다.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가까이 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되, 양국과의 기본적 신뢰를 지칠 필요가 있다. 대 일본 관계에서도 명분보다는 실질을 따져야 하며, 러시아와의 관계도 지속적 관심을 써야 한다. 한국이 남북한 관계 개선과 국익을 도모하는데, 주변 4대강국과의 우호적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한관계에서 통일이 가능하면 최선이나, 현실적으로 통일보다는 평화에 역점이 주어져야 한다. 대 북한문제에 있어 남한 내의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며, 대 북한정책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및 통일과 연관 하여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급작스러운 북한붕괴로부터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 북한의 점진적 체제전환에 이르기 까지 거시적, 미시적 전략이 치밀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2. 정치개혁

-한국은 1987년 이후 평화적 정권교체를 일상화하며 민주화의 길을 걷고 있으나 한국정치, 특히 정당정치의 질적 수준은 매우 뒤져있고, 이념적 양극화로 인하여 생산적인 정책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상대적 진보세력인 야당의 분열과 파행은 한국 정당정치의 앞날에 암운을 던져 주고 있다.

-대통령제냐 내각제냐의 문제는 계속 정치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내각제를 선호하나, 정부체제 개혁으로 한국 정치문화가 개선되리가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이 쟁점이 자칫 한국정치를 더 큰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고 갈까 두려워 언급을 자제하겠다.

-문제는 한국정치의 이념적 양극화다. 모든 정책쟁점이 부상하면, 정당은 물로 언론, 시민사회, 국민들 까지고 둘로 갈라져 정책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는 주요 개혁정책은 모두 좌초한다. 따라서 우리 정치사회에 <사회적 합의>와 <상생>문화를 키우기 위한 제도적, 의식적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좌. 우의 극단적 세력을 국민들이 강력히 견제하고, 폭넓은 <중도 정치> 영역을 키워야 한다. 건강한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합리적 정책토론과 정치적 합의를 통해 소모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나라 발전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또한 국가정책의 거시적 지향성은 1990년대 말부터 유럽에서 부상한 <사회투자국가>(social investment state)개념이 바람직하다. <제3이 길>이라고도 불리는 이 국가모형은 신자유주의가 지향하는 경제적 효율성과 기존의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가 표방했던 사회적 형평성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는 정책노선으로, 영국의 <토니 블레어>(1997-2005년간 총리재직),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1998-2005년간 총리재직)이 추구했던 정책노선이다. 사회투자적 접근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생산적’, ‘사회투자적’ 복지 및 교육에 역점을 두며, 투자의 효율성, ‘사전예방적 투자’에 초점을 맞춘다. 이 정책은 특히 교육과 복지정책이 체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도록 배려하는데 큰 관심을 쏟는다.

-<사회적 합의와 상생>을 위하여는 <오스트리아 모델>이 가장 시사적이다. <대연정>,<사회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하는 오스트리아 모델은 이념적 갈등의 극복과 개혁정치의 내일을 여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3. 고령화 사회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10년 후면 한국은 초고령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비율 20%이상)로 진입할 것이 전망된다. 인구 고령화는 생산인구의 감소로 인한 생산력의 저하, 경제적 활력의 감소 등 심각한 경제적 파장을 비롯해서, 교육, 노인의료 및 주거, 국가재정과 연금부문, 노인정치, 라이프 스타일, 세대 간 관계 등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줄어드는 생산인구를 감안하여 생산인구의 유실을 최소화하고, 생산 가능 인구의 능력을 극대화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생애주기에 걸쳐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하고, 교육, 노동시장정책, 사회복지정책 등이 서로 연계하여 유기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여성인구 및 노인의 노동시장참여율을 놓여야 한다. 이를 위해 영유아 교육. 보육 부문에 대한 재정 증대, 여성 및 노인의 취업 및 경제활동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장애요인의 제거가 필요하다. 아울러 과잉교육투자를 줄이고, 교육기간의 장기화(과도한 대학진학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수단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과 노동시장 간의 연계에 역점을 둔 전략적 신직업교육체제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앞으로 지식사회로의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사회 속에서 <지속가능한 고용>(sustainable employability)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평생학습사회로 전환하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다. 개방형 평생학습체제가 바르게 구축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운영시스템이 폐쇄형. 종착역 모델에서 개방형. 연계형 모델로 변화하여야 하며, 동시에 평생학습이 전 생애주기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 직업,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이 형성되어야 한다.

-또한 생애주기게 걸쳐 교육, 노동시장정책 및 사회복지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관리해야 한다. 덴마크를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들이 평생학습체제와 ‘유연안정성’(flexicurity)의 결합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여기서 유연안정성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 사회보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아울러 고등교육의 질적 제고가 사급하다. 고등교육은 세계화 시대에 국가경쟁력 제고의 핵심분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부담 비율은 초.중등교육과의 비교에서나, 다른 OECD국가와 비교할 때, 모두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왔다. 따라서 향후 고등교육의 질적 고양과 대학교육의 사회적 적합성 제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투자를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4. 사회적 양극화

-한국의 경우 해마다 안정적 중산층의 비율이 줄어들고, 빈부와 생활양식에 따른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거시적, 종합적, 정책개혁이 없이는 아마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회계층구조의 고착화로 인해 사회적 활력을 낮출 뿐만 아니라, 이 나라 국민으로서의 자부심과 행복지수를 크게 떨어뜨린다.

-필자는 이 쟁점과 연관하여 자칫 이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나라의 엘리트 구조가 소수 동질화, 특권층화 될 수 있다는 문제점에 크게 주목한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해 일류 명문대 입학생들을 보면, 그들 중 다수가 특목고, 외고, 자사고 등 출신이고, 그들 대부분이 서울 강남 등 대도시 부유층 내지 상위 중산층 지역 출신이다. 또한 그 중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 등의 혜택과 부모들의 각별한 관심과 보호아래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난 세대이다. 또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사회적 영향력 있는 가족과 네트워크의 도움 아래 재계, 법조계, 관계, 기타 사회 요직에 진출하여 이 사회의 지배 엘리트층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출신배경 및 교육과정이 유사하며, 따라서 세계관이나 생활양식도 흡사한 동질적 집단들이다. 이들이 과연 우리 사회의 그늘진 주변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그들에 삶에 대해 얼마나 고뇌할까. 또 그들이 다양성과 특성화, 융합과 재창조가 추세인 세계의 흐름에 얼마나 동참할 수 있을까 모두 걱정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가 옛말이 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이러한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한, 두 가지 정책이나 제도개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러한 엘리트 성장경로가 우리 사회의 구조와 사회의식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제반 문제와 조건들을 하나하나 따져 가며 비교적 장기에 걸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급진적 충격 요법은 적절치 않다. 경제정책을 비롯한 다수의 정책들이 <경쟁>과 <상생>, <수월성>과 <형평성>을 고르게 제고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추구하며, 한국 사회의 미래구조의 변화를 탐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사회적 계층 상승에 있어 주도적 변수의 하나가 교육이다. 세상에 이른바 인류대학 출신이 갖는 프리미엄이 한국처럼 큰 나라가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많은 부모들이 대학입시와 사교육 등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런데 교육과 연관된 제반 문제들도 이미 ‘이념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한 정권의 주도만으로 큰 폭의 교육개혁을 성취하기는 무척 어렵다. 최근에 필자가 정권을 뛰어 넘는 초당파적 개혁기구의 창설(가칭 ‘미래한국교육위원회’)를 제의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5. 환경과 에너지

-세계의 선진제국들은 물론 우리도 환경 및 에너지 문제에 대해 관심을 써온 지 오래다. 세계적 추세는 환경 및 생태계 보호는 우리 인류의 미래지향적 ‘지속가능한 살림살이’의 필수 요건이며, 원자력에 대한 의존은 이제 마침표를 찍고 재생 에너지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방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 파워’의 힘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말만 앞세우지 환경보호의 국민의식적, 국가정책적 수준은 무척 낮다.

-오스트리아는 스스로의 경제체제를 ‘생태사회적 시장경제’라고 부른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자유시장경제와 복지국가를 연결하는 개념인데, 이에 더하여 환경이라는 새 개념을 머리에 더 얹힌 것이다. 생태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본철학은 ‘오늘 이곳에서 살며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미래의 그의 자손들이 같은 삶의 공간에서 살면서 어려움을 겪게 환경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세대간 정의’의 차원이다. 그런데 흥미 있는 일은 이 선진적 개념이 중도좌파 정당인 사민당이 아닌 중도우파 정당인 국민당에 의해 강하게 표방되고, 국민적 동의를 얻어냈다는 점이다. 환경과 에너지 문제는 보다 장기적, 인류장래의 관점에서 보다 철학적으로 사색해야 될 것이다.

 

6. 기술문명의 진전과 인간성

-앞으로 첨단기술의 발전은 날로 가속화될 것이다. 10년 후면 인터넷은 우리의 일상 속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고, 기능형 로봇이 실용화, 유전자 치료의 상용화, 자동주행차의 등장, 만능제조기 ‘3D 프린터’의 보편화 등 불과 전 세기말만해도 머리 속에서만 그렸던 혁신기술이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 것이다. 이러한 기술문명의 변화는 우리 산업과 소비자의 삶의 세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선사할 것이다. 온라인 교육의 보편화가 국민 교육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가 하면, 디지털 격차의 확대와 소셜미디어의 역기능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 잠재력도 만만치 않다. 온갖 첨단문명의 확산을 슬기롭게 관리하지 못하면, 자칫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세상은 휴머니즘이 사라진 디스토피아로(dystopia)로 화할 수 있는 심대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첨단기술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앞서서, 슬기롭게 파악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제와 정책적 틀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윤리교육 등을 통하여 청소년들의 생활의식 속에 첨단문명의 역기능을 분별할 수 있는 도덕적 바탕을 강화해야 한다.

 

6. 결론

-결론적으로 교육부문에서 보다 본질적인 얘기를 하나 더 보태려 한다. 이제까지 우리 교육이 세계화에 따른 시장기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나치게 <수월성>과 <경쟁>에 역점이 주어져 왔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의 새로운 추세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고 시장기제의 활성화 못지않게, 시장기제로 인한 부작용을 치유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 교육도 그 정책적 역점을 <수월성>과 <형평성>의 균형 및 <경쟁>과 <상생>의 조화로 그 축을 바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인성교육과 창의성교육의 본질은 <공감능력>의 제고라고 생각한다.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갖춘 인간은 일상 속에서 배려, 나눔, 협력, 상생의 마음의 밭을 다듬고, 창조와 혁신도 인간의 복지와 행복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실행한다. 또한 이러한 공감능력은 점차 우리 사회에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 그리고 언젠가 함께 할 북한동포를 따듯하게 품에 안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10년 후, 새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의 전 과정 속에서 이러한 공감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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