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권 역주행 5년] ③ F학점 맞은 '평등주의 교육정책'

'엘리트 교육' 반감에 수능등급제 밀어붙여
청와대, "1등급 7%로 하자"… 安교육, "사표 쓰겠다"

특별취재반

입력 2008.01.24 00:55 | 수정 2008.01.24 05:44

 

 

 

 

2004년 10월 25일. 등급제 수능이 핵심인 2008년도 대학입시 제도 발표를 사흘 앞둔 이날 오후 5시10분 총리공관에서 당·정·청 고위간부가 모두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9개 등급 중 1등급에 몇 %를 할당할 것이냐를 놓고 청와대·교육혁신위·열린우리당 '연합군'과 교육부가 맞붙었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두 가지를 들고 갔다. 마음속에는 최소한 4%(60만명으로 가정할 경우 2만4000명)안을 관철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호주머니에는 관철되지 않으면 던질 사표가 들어 있었다.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전성은 교육혁신위원장,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 등으로 구성된 연합군은 7%(4만2000명)를 들고 나왔다. 그것도 11%(6만6000명)안에서 양보한다고 양보한 것이었다. 11%로 하면 명문대학 입시는 있으나마나가 되는 것이었다.

격론이 벌어졌다. "거의 싸움 수준"이었다. 안 부총리와 함께 간 교육부 국장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7% 가지고 어떻게 입시용 변별력이 있을 수 있느냐고 했다. 안 부총리도 말소리가 높아졌다. 수험생 서열화를 막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연합군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저녁 7시20분, 안 부총리는 호주머니의 사표를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면서 이원덕 시민사회수석에게 건네주고 자리를 떴다. 상황보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이 밤새 조정에 나섰다. 결국 노 대통령은 4%안을 받으라고 지시하고 안 부총리의 사표도 반려했다.

 

안 부총리와 연합군은 이미 그 두 달 전 일합을 겨뤘다. 지방대 교수들과 시민단체 출신들이 다수 참여한 혁신위는 엘리트(수월성) 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이들은 수능점수제를 폐지하고 2등급의 수능 등급제를 도입하는 방안부터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60만 수험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입시를 없애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와 혁신위는 논의 끝에 5등급으로 조정했다.

안 부총리와 교육부는 등급제를 도입하더라도 최소한 13~15등급은 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청와대 쪽 분위기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9등급을 현실적인 마지노선으로 제시,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이렇게 안 부총리가 지켜낸 '9등급제·1등급 4% 수능'조차 작년 말 치러진 대학입시에서 대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혁신위 주장대로 했더라면 혼란과 파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는 지난 22일 등급제 수능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발표 장면을 지켜보던 교육부 관료들은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노무현 교육정책'의 상징인 등급제 수능은 단 한 차례의 '실험'만 해본 채 일장춘몽으로 끝났다.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24/2008012400053.html

 

글쓴이 현강재 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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