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기사/카툰

대안학교와 안병영장관의 인연

2017. 11. 9. by 현강

[대안학교 이야기3] 대안학교와 안병영 장관의 인연

             오마이 뉴스 2004/01/12

              정일관(jasimmita) 기자

 

내가 1997년 영광의 대안학교인 영산성지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대안교육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 전 해인 1996년 6월에 안병영 교육부 장관이 우리 학교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라웠다.

 

당시 영산성지학교는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궁촌벽지에서 50명도 채 안 되는 학생들을 데리고 인성교육과 체험학습을 실험하고 있던, 아주 작고 볼품없는 학교였다. 기숙사라고 해봐야 조립식으로 지은 단층 건물에서 아이들은 발 냄새 풍기며 살고 있었고, 학교는 40년 전에 지어진 낡은 초등학교 건물에서 삐걱거리는 복도 마루와 덜컹거리는 교실 문과 함께 운영되고 있었으며, 학교 유형은 정부의 인가를 받지 못한 '각종 학교'였다.

또한 학생들 역시 소위 엘리트도 아니었고,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직업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 아이들은 무척 어렵게 자기 인생을 살고 있는 '꼴통'들이었다.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미혼은 30만원, 기혼은 50만원의 급료를 받으면서 어렵게 살고 있던 학교였다. 그 무렵 MBC의 <시사 매거진 2580>에서 학교를 취재하고 방송함으로써 사회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시골의 작은 학교를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부 장관이 전격 방문한 것은 그 때 당시 사회 분위기로 봐서 파격적인 것이었다.

 

안 장관은 영산성지학교를 방문하여 여전히 삐걱거리는 마루가 깔린 낡고 좁은 강당에서 학교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으며, 이동하여 마침 전체회의를 하고 있는 학생들 속으로 들어가 교사들과 학생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영산성지학교가 가장 어려움에 처한 문제가 아이들에게 편안한 기숙사를 마련해주지 못한 점이란 걸 파악하고 돌아갔다.

청소년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어 그 해결과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골몰하고 있던 1990년대 중반, 안병영 장관의 영산성지학교 방문이 사회에 보낸 반향이 무척 컸으며, 이는 소위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을 우리 사회의 화두로 던져 올린 중요한 사건이었다. 안 장관의 방문 이후로 수많은 언론과 수많은 교육 단체와 수많은 개인들이 학교를 찾아와 학교를 취재하고 소개하고 토론하고 배워갔다.

 

이후, 교육부에서는 배성근 서기관이 중심이 되어 영산성지학교와 간디학교 등, 이 두 학교를 모델로 교육법을 개정하여 '특성화고등학교'라는 학교 유형을 신설함으로써 대안학교가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대안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7년 5월에 이영탁 교육부 차관이 또 영산성지학교를 방문하였으며, 또 그 해 안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교육부에서 내려준 특별교부금으로 학생 기숙사 공사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병영 장관은 장관직에서 곧 물러났지만 대안학교 설립 작업은 계속되어 1998년 3월, 드디어 영산성지고등학교, 합천 원경고등학교, 경주 화랑고등학교, 산청 간디학교, 청주 양업고등학교, 담양 한빛고등학교 등 6개의 정부 공인 대안학교가 공식 출범하게 되었고, 이 때 천주교 신자인 안 장관은 양업고등학교에서 축사를 하기도 하였다.

6개의 대안학교가 정부의 인가를 받으며 출범한 것은 우리나라 교육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것은 새로운 교육의 물꼬를 터서 다양성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대안학교가 설립되어, 입시 교육에 매몰되어 생기를 잃어버린 한국 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고, 교육의 본질에 더욱 접근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19개의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미인가로 운영하는 학교도 많다. 또한 계속해서 전국의 여러 곳에서 대안학교를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이와 같은 대안학교의 발전을 지켜보는 안 장관의 감회는 아마 남다를 것이 분명하다.

 

안 장관은 지난 2001년 4월 5일, 영산성지학원 신구임 이사장 이·취임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할 때 지난 시기를 회고하며 눈물을 보임으로써 그 깊은 감회를 드러내기도 하였는데, 사실 모든 대안학교와 학생들과 교사들은 대안학교의 초석을 다져준 안병영 장관에게 은혜 입은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이제 안 장관은 문민정부 교육부 장관에 이어 참여 정부의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취임하여 신년사를 통해 '이제 우리는 교육의 본질 문제에 천착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필자는 교육의 본질 문제를 언급하는 지금 안 장관의 인식은 지난 1990년대 중반에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에 눈 돌린 혜안과 닿아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안병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난 경험들로 인해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 품으로 한국 교육을 품고 나아갔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또한 지난 번 장관 재직 시, 교육계의 수장으로서, 일반 학교 교육에서 들러리로 살다가 떨어져 나온 소위 '꼴찌'들에 대해 보여준 관심과 애정을 앞으로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안병영 장관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많이 있겠지만 대안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안 장관이 대안학교 아이들에게 보여준 따뜻한 관심이 앞으로 교육 전체의 현안에 접근하는데 매우 중요한 신뢰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온기'인 것이니, 안 장관이 훈훈하고 따뜻한 교육을 지향하며, 교육 현안들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간다면 한국 교육의 미래가 좀더 건강해지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c10500&no=147454&rel_no=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