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어트(T.S. Elliot)의 시구처럼 4월은 ‘가장 잔인한(cruelest)’ 달이었다. 전 국민의 비탄 속에 수 백명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마치 그 반명제(反命題) 처럼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이 한국전쟁 중 흥남철수작전에서 10 만명의 생명을 구한  현봉학 박사의 의거(義擧)였다.

한국의 쉰들러로 불리는 현봉학(1922-2007)은 1950년 12월 21일, 미 제10군단장 알몬드(Edward E. Almond) 사령관을 간곡히 설득하여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흥남부두에 모인 북한 주민 10만명을 거제도로 피난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른바 ‘크리스마스의 기적’의 장본인이다. 흠남철수의 숨은 영웅 현봉학은 그 때 세브란스 의전을 마친 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주립대학에서 임상병리수련의 과정을 연수하고 귀국하여 미군 인사부에 근무하는 28세의 홍안의 청년이었다.

현봉학 박사는 한국전쟁 후 미국 유수의 의과대학에서 재직하면서 임상병리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족적을 남겼고, 1966년 귀국후에는 아주의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일생 사랑과 헌신, 그리고 애국의 삶을 살았던 현봉학 박사는 서재필 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냈으며, 안창호, 안중근, 윤동주, 장기려 등을 기리는 사업에 앞장을 섰다. 우리가 흔히 한국 근현대사에 마땅히 존경할 만한 큰 인물이 없다고 불평하는데, 현봉학 박사는 그가 극진히 섬겼던 위의 어른들과 더불어 지난 세기 우리 역사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될  큰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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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현강재 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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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보 2016.11.27 20: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지난 25일이 현봉학 박사님 기일이었기에 박사님 생각이 나서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이 시대에 진정 존경받아야할 어른이시기에 잊혀지지 않습니다.
    20여년전 필라델피아에서 뵙고 그해 추수감사절을 박사님댁에서 보내고,
    아주대에 와계실 땐 숙소로 찾아뵈었던 ....
    현박사님의 삶과 정신이 많은 이들의 삶 속에서 새롭게 싹트고 큰 나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