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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사/카툰

제 20회 경암상 축사

2024. 11. 23. by 현강

경암상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 했다. 나는 2005년 출범당시 초대 경암상 위원장으로 경암상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그런 연고로 지난 11월 1일 20주년 시상식에서 축사를 했다. 아래 그 내용을 담는다.  

 

   축사

오늘 우리는 이 나라 학문발전과 문화예술 진흥에 중요한 이정표를 마련한 경암학술상의 제 20회 시상식에 자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뜻깊은 날에 오늘 영광의 주인공이신 제 20회 경암상 수상자 다섯 분과 이 자리를 빛내 주시는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경암상의 오늘이 있기까지 온갖 정성을 다하신 모든 <경암 가족> 여러분, 특히 경암상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경암상 발전에 크게 헌신하고 계신 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님과 더불어 이 벅찬 감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아마도 오늘 이 자리를 가장 기뻐하실 분은 손수 경암상을 제정하시고 생을 다하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암상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셨던 고() 경암 송금조 선생님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이 자리를 빌려 잠시 경암 선생님의 숭고한 생애와 철학을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송금조 선생은 경암(耕岩)’이라는 아호 그대로 평생 동안 거친 자갈밭을 갈 아 옥토를 일구듯이 약관 17세에 적수공권으로 사업의 길에 뛰어들어 태양그룹을 이룩하신 큰 어른이십니다. 제가 한 때 옆에서 지켜본 경암 선생님은 성실·근면·검약의 진정한 표상이셨습니다. 선생은 이렇게 이룩한 물질적 결실을 다시 우리 사회로 환원하려는 높은 뜻으로 2004년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하시고, 그 이듬해 손수 경암학술상을 제정하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2004년 경암교육문화재단이 출범한 이후 지난 20년은 한국 현대사가 늘 그랬듯이 영욕이 교차한 격동의 세월이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그토록 열망하던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고, 산업기술의 발전으로 한국의 브렌드가 세계인의 삶의 일부가 되었는가 하면, K-, K-드라마의 열풍에 이어 얼마 전에는 한국의 여성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꿈같은 일이 연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래는 결코 낙관할 수 없습니다. 오늘 한국은 장기 저성장과 경기침체, 북핵으로 촉발되는 안보위기, 저출산·고령화의 어두운 그림자, 기후변화의 충격, 심화일로의 정치적·사회적 양극화, 세대간 가치갈등 등 실로 극복하기 어려운 갖가지 도전과 난제들에 직면하고 있고, 인공지능으로 표상되는 이른바 제4차 혁명이라는 미증유의 격랑 속에서 AI가 투영하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체감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역사는 끝없는 위기와 그 극복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흥망으로 점철되는 세계사 속에서 우리가 지속적 발전을 이룩하면서 인류의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그 궁극적, 본질적 해답은 인적 자원에 대한 질적 투자와 문화적 잠재력의 확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하여 우리 국민이 하나 같이 <창의적이며 인간다운 인간>으로 거듭나고, 우리나라가 물질적 풍요를 넘어 정신적 풍요를 구가하는 <아름다운 문화대국>이 될 때, 대한민국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암 송금조 선생님의 2004년 경암교육문화재단의 창립과 그 이듬해 경암상의 제정은 이러한 시대의 징표를 바로 읽고, 한국의 미래를 그 바탕부터 준비하는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이러한 경암 선생의 숭고한 철학과 유지(遺旨)를 바르게, 그리고 내실 있게 이어갈 무거운 역사적 책임이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초대 경암상 위원장으로 출범 초기 경암상 수상자 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삼았던 세 가지 기준을 다시 한번 제시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합니다. 그것은 학문적 독창성과 세계적 보편성,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였습니다. 이 상의 수상자들은 학문적, 예술적 독창성과 더불어 세계적 보편성과 글로벌 수준의 기여 능력을 지녀야 하며, 또 이 상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 영감과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져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외람되나마 이러한 지표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진정한 일류국가로 생존·발전하며 인류의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적 자산이며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암상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굴지의 학술상으로 우뚝 솟았습니다. 경암상 출범에 다소 관여했던 한 사람으로써 이 자리를 빌려 그 동안 경암상을 이끌어 오신 많은 어른들과 모든 <경암 가족> 여러분께 최상의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 간의 노고와 값진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오늘 진정 기쁜 마음으로 여기 만장하신 귀빈 여러분들과 함께 경암상의 미래상(未來像)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 보면서, 그 무궁한 발전을 축원하는 바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안 병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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