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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선생을 추억하며
남재희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내가 교유(交遊)했던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따져 보면 그는 정치인이라기보다 평생 언론인이었고, 타고난 지식인이었다. ‘시대의 조정자’, ‘체제 내 리버럴’로 알려진 그는 보수와 혁신을 가로지르며 이념을 뛰어넘는 실용주의적 정치를 실천하려고 애썼고, 그 특유의 박람강기(博覽强記)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사의 안팎을 정직하게 기록했다. 그러면서 그는 늘 첨예한 진영 싸움 저 너머에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꿈꿨다.
나는 인사동 골목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거짓말처럼 자주 그와 조우(遭遇)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그와 내 가까운 학계 선배이자 그의 법대 동기, 절친인 김덕(金悳) 교수님(전 안기부장, 통일부총리)과 더불어 광화문 근처에서 얼마에 한 번씩 만나 세상 얘기를 길게,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그와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아래 사진은 2019년 8월에 찍은 것이다. 이후 우리 셋은 한번 더 만났다. 그리고 남 선생의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까지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다.
분명 앞으로 날이 갈수록 남재희 선생의 정겹고, 질박하고, 푸진 입담이 더 그리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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