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1 한 이발사와의 추억 나는 1980년대 초, 중반에 몇 년간 서울 여의도에 살았다. 당시에도 머리는 동네 목욕탕에서 깎았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같은 이가 머리를 만졌는데, 내 나이 또래의 이발사는 매우 유식하고 세상물정에 밝은 이였다. 또 대단한 이야기꾼이어서 조발을 하면서 끊임없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재미있게 엮어갔다. 특히 정치얘기를 많이 했는데, 언제나 정보가 풍성했고 관점도 날카로웠다. 나는 그의 열정적인 얘기에 자주 빨려 들어가곤 했다. 시간과 더불어 그는 점차 얘기하는 쪽이 되었고 나는 대체로 열심히 경청하는 쪽이 되었다. 그는 얘기 도중 가끔 “아시겠어요” 라고 되물어서,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면 나는 황급히 “아, 그럼요” 라고 맞장구를 쳤던 기억이다. 내 쪽에서 말수가 .. 2010. 9.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