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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의 불씨4

역지사지(易地思之) <성숙의 불씨> / 2008.11.5 지난 70, 80년대 대부분 대학의 교수 연구실에는 학교가 제공하는 이렇다 할 냉, 난방시설이 없어 더위와 추위를 교수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교수들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에는 주로 선풍기에 의존해서, 그리고 긴 겨울철에는 기름을 아끼며 석유난로를 피워 견뎠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인가 90년대 초부터 겨울철이면 중앙난방식으로 하루에 두 차례 불을 때 주곤 했는데, 그게 꽤나 인색해서 오후 늦게 되면 연구실에는 한기가 맴돌아 손을 비벼야 했다. 90년대에 들어와서 언제부턴가 냉방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에어컨은 교수 부담으로 스스로 설치하고, 전기료는 학교가 내준다는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머뭇머뭇하더니 젊은 교수들부터 한 사람, 두 사람 에어컨을 설치했고 그러다보니 90년대 말쯤에는.. 2010. 7. 14.
이념의 벽을 넘어서기 <성숙의 불씨> / 2007.7.31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정말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특히 최근 들어 이념과 연관하여 그런 느낌을 많이 가진다. 누구나, 특히 배운 사람들이면, 일정한 이념적 지향이 있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얼마간의 이념적 편향성을 보일 수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사리를 분간하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런데 점차 우리사회에서 건강한 토론이 사라지고 있다. 일정 주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논의하기에 앞서 미리 입장을 정하고 제 주장만 앞세운다. 그러니 온통 독백만 난무하고 진정한 대화는 실종한다. 경청, 숙고, 심의, 합의 등의 개념이 무의미해 진지 오래다. 언필칭 중도를 얘기하고 합리를 앞세우는 사람들과도 몇 마디 나누다 보면, 그가 이미 이념의 수렁에 깊숙이 빠져 있음을.. 2010. 7. 14.
탈(脫) 서울기(記) <성숙의 불씨> / 2008.4 정년퇴직을 하기 훨씬 전부터 마음으로 정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년을 하면’, 이러 저러하게 살겠다는 상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럴 때면 언제나 ‘서울을 떠나자’라는 생각이 마치 강박관념처럼 내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정년을 하면, 세상 번잡을 피해 보다 단순하게 살고 싶고, 내키는 일만 하고 싶고,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그 모든 것이 서울을 떠나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脫)서울’을 지상과제처럼 생각했다. 다행히 아내도 동의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갈까. 그래도 서울에서 멀리 달아나야지. 실은 아무도 잡는 사람이 없는데 멀리 도망갈 생각부터 했다. 서귀포가 어떨까. 남해도 좋던데, 이런 저런 궁리 끝에 강원도 속초로 정했다. 전혀 연고가 없지만 눈여겨보.. 2010. 7. 14.
자리, 권력화와 인간화 <성숙의 불씨> / 2007.12.06 성숙의 불씨 2007.12.06 대부분의 공, 사조직에는 일의 분업체계가 있고, 그에 따라 자리와 직책이 있다. 대통령이나 대학총장, 큰 회사 사장이나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의 대표 등은 중요한 자리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막중하다. 그런가 하면 정보기관이나 검찰, 경찰 등 이른바 권력기관의 장은 그 직책 때문에 위협적 느낌을 던져주고, 교육, 봉사기관이나 종교단체의 장은 보다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다보면 우리 주변의 많은 자리는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 따라 그 실제의 역할체계 이상으로‘권력화’되기도 하고, ‘인간화’되기도 한다. 같은 왕의 자리라도 연산군 같이 희대의 폭군으로 역사에 남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종처럼 인간적 향기가 넘치는 성군(聖君)도 있다. 종교.. 2010.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