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단상190

YS를 추억하며 I.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3주기가 되었다. 나는 그의 문민정부에서 교육부장관으로 1년 8개월 동안 일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YS는 정치인으로서 한국 현대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논의와 평가는 그동안 다양하게 펼쳐졌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학자로서 나는 장관으로 있는 동안 비교적 지근거리에서 YS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래서 할 얘기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의 인간적 면모와 연관해서 내가 겪은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할까 한다. II. 나는 1995년 말, YS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 처음 그를 대면했다. 그 전날 개각발표하기 약 1시간 전 그로부터 전화를 받고, 10여분 대화를 나눴던 것이 그.. 2018. 11. 23.
혜화동 연가(戀歌) (2) I. 혜화동 로터리에 이르렀다. 이곳은 혜화동의 모든 것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글자 그대로의 ‘터미널’이다. 모든 만남, 때로는 반가운 얼굴, 혹은 달갑지 않은 얼굴과의 해후도, 그리고 그와의 헤어짐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저녁녘이면 직장인들은 여기서 버스나 전차에서 내려 자신의 보금자리로 향했고,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다시 이곳을 찾았다. 이 일대에 사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이 로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처음으로 이성에 대해 눈을 떴고, 로터리 주변의 프라타너스 그늘에서 사랑이 움트고, 익어갔다. 그러다가 이별의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일대에서 젊은 날을 보낸 많은 이들의 뇌리에는 혜화동 로터리를 배경으로 한 갖가지 추억과 낭만이 수백 장의 사진첩으로 겹겹이 쌓여있다. 혜화동 로터리는 .. 2018. 11. 1.
혜화동 연가(戀歌) (1) I. 지난 6월 초여름 햇살이 유난히 따가웠던 날이었다. 병원약속이 있어 오랜만에 서울에 갔다. 그런데 예상보다 일이 일찍 끝나 다음 약속까지 두 시간이 비었다. 서울에 갈 때면 으레 그곳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케줄을 촘촘히 짜는 데 그날은 예상치 않게 시간 여유가 생긴 것이다. 두 시간 동안 무엇들 할까 곰곰이 생각하며 병원 문 앞을 나오는데, 문득 섬광처럼 ‘혜화동’이 떠 올랐다. 순간 나는 ‘옳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아무 망설임 없이 택시를 잡았다. 혜화동은 내 어린 시절과 20대 중반까지의 청년기에 많은 추억과 낭만이 깃들어 있는, 마치 옛사랑의 그림자와 같은 곳이다. 혜화동으로 가는 동안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TV 드라마 .. 2018. 10. 27.
천하에 아까운 사람, 고(故)김광조 박사 * 작년 이맘때 급서(急逝)한 고 김광조 박사의 서거 1주기 추도모임이 8월 11일 유네스코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에서 있었다. 김 박사는 1955년 경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2008 년간 교육부에 근무했다. 마지막 직책이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였다. 이어 그는 2009-2017 년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연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아래 글을 그날 내가 한 추도사다. 천하에 아까운 사람, 고(故)김광조 박사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며, 또 내심 존경하는 김광조 박사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늘로 만 1년이 되었습니다. 한 해가 지났지만 김광조라는 귀중한 인재를 잃은 충격과 상실감은 여전하고 가슴 시린 안타까움과 그에 대.. 2018. 8. 20.
에필로그 당초 3월로 예정했던 (다산출판사)의 출간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5월에나 나올 것 같다. 그간 내용을 좀 더 다듬고, 책 말미에 를 덧붙였다. 에는 이 책이 쓰게 된 의도와 한국 복지국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간략히 서술했다. 아래에 를 담는다. 에필로그 I. 복지국가의 등장으로 서구사회의 시민들은 이미 성취한 공민권(civil rights)과 정치권(political rights)에 이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권(social rights)을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복지국가로의 도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그리 평탄한 길이 아니었다. 복지국가의 역사는 나라마다 그 나라 특유의 역사문화적 유산과 사회경제적 형편, 그리고 정치제도적 틀 속에서 어렵사리 한 걸음씩 보다 인간다운 사회를 지향하며 가시밭길.. 2018. 4. 16.
시지프스의 바위 지난 두달 동안 제자들과 함께 쓰는 책을 마무리하느냐 무쩍 바뻤다. 아마 3월 중 나올 새 책 (다산출판사)의 머리글을 아래에 옮긴다. 이 책이 나오기 까지의 역정이 그 안에 담겨있다. 머리글 필자가 강희일 사장님과 이 책을 쓰기로 처음 계약을 한 게 1978년이었다. 그러니 이 책은 세상의 빛을 보는 데 만 40년 걸렸다. 비록 제때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는 그 장구한 세월 동안 이 글빚을 하루도 잊지 않고 살았고, ‘좋은 책’을 쓰고 싶은 열망을 조금도 식히지 않았다. 그 동안 책 제목도 에서 으로 그리고 마침내 으로 바뀌었고, 책의 구성과 내용도 당초의 구상과는 사뭇 달라졌다. 책의 분량도 두배 이상 증가했다. 무엇보다 크게 변한 것은 저자가 네 명으로 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나름대로 이 책.. 2018. 2. 16.
40년 만의 해후 내가 30대 중후반 한창 때 (1976-1977년간), 연세대에서 대학신문 주간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때 고락을 함께 했던 학생기자들 15명과 4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는 실로 엄혹했던 유신말기에 대학언론 중 가장 앞장서서 결기 있게 민주화를 외쳤고, 그 때문에 사찰, 배포중지 등 적지 않은 탄압과 고초를 겪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같이 빼어난 학생들이 대학신문기자를 지망했고, 한, 두해 앞선 선배기자들이 그 중에서 글 잘 쓰고 당차고 기개 있는 새 기자들을 엄선해서 뽑았다. 주간인 나는 인선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그냥 추인만 했다. 그래야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그들은 시대의 양심으로, 또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서 대학의 명예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을 불살랐다. 무엇보다 그들의.. 2017.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