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교수님을 추억하며
I. 김동길 교수님이 서거하셨다. 부음을 접하니,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그의 파란만장했던 생애가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내가 연세대 2학년 때, 그가 30대 초반 젊은 나이로 같은 대학의 사학과 전임으로 부임하셨고, 내가 연세대 교수로 간 1970년대 중반 이후 10여 년 간 같은 대학에 함께 재직하셨으니, 김 교수님과 나와의 개인적 인연도 꽤 오래되었다. 그러나 김 교수님과 나는 어쩌다 만나면 서로 반기는, 말하자면, 그냥 잘 아는 사이였을 뿐,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눈 기억은 많지 않다. 대체로 그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공적’ 존재였고, 나는 시청자나 독자로 그를 멀리서 바라보며 지냈다. 그러면서 때로는 그의 관점을 공감, 지지했고, 때로는 그렇지 않아 내심 못마땅한 적도 적지 않았다. 나는 단연 ..
2022. 11. 8.
'독일의 양심' 헬무트 슈미트 (Helmut Schmidt)
I. 1982년 서독의 제5대 총리 헬무트 슈미트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 누구도 그가 “최후의 위대한 독일인”으로 추앙될 것을 예감하지 않았다. 슈미트는 총리로서 뛰어난 위기관리자였으나, 그의 전임자인 브란트의 ‘동방정책’이나 그 후임자인 콜의 ‘독일통일’과 같은 괄목할 만안 역사적 업적을 내세울 것이 없었고, 그 특유의 아집과 오만, 그리고 냉정함이 적지 않은 사람의 눈에 거슬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세월과 더불어 서독의 정치, 경제, 종교, 스포츠 등 모든 영역에서 수많은 ‘한때’의 명사들이 하나, 둘, 그 빛을 잃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나, 오직 한 사람, 슈미트는 날이 갈수록 높게 재평가되어 이제 ‘최고의 총리’, ‘독일인 최상의 도덕적 권위’, ‘최고의 현인’, ‘독일의 양심’..
2022.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