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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189

지난 선거, 그리고 그 이후 I. 재작년 블로그를 개설 할 때, 내 처는 정치와 교육 얘기는 쓰지 말라고 내게 조언했다. 나는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늘그막에 나라 정치에 대해 중언부언하는 것도 볼썽사납거니와, 깊이 관여했던 교육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점잖아 보이지 않을 듯싶어서였다. 그런데 요즈음 생각이 바뀌고 있다. 어차피 정치와 교육이 내 전공이자 관심영역인데, 나이가 들고 떨어져 산다고 이 영역과 담을 쌓고 딴청을 하는 것도 그리 진솔한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이들 주제에 관한 내 생각을 전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II. 요사이 4. 11 총선이 끝나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예상외로 선전하였고, 민주통합당은 방향을 못 .. 2012. 4. 23.
프랭클과 '죽음의 수용소' I. 프랭클(Victor E. Frankl, 1905-1997)은 프로이트와 아들러를 낳은 현대 정신의학의 발생지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대계 관료의 아들로 태어났다. 빈 의대를 나와 신경정신과 의사로 근무했다. 그러나 1942년-1945년간 아우슈비츠를 포함하여 네 곳의 나치의 죽음의 수용소를 전전하다 가까스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신혼 중에 헤어진 그의 아내, 부모 및 다른 가족은 그곳에서 모두 목숨을 잃는다. 전쟁이 끝난 후, 프랭클은 그의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창안한다. ‘Logos'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그의 대표적 저서인 ’인간의 의미추구'(Man's Search for Meaning)는 1997년 그가 죽기까지 24개 언어로 7.. 2012. 4. 19.
프로이드와 아들러 프로이드와 아들러 I.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정신의학자이자 정신치료가로서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에 이어 제2 빈 학파로 불리는 아들러는 당대에는 프로이드의 명성에 밀렸으나 그의 이론의 진가는 그의 사후에 재평가되어, 오늘날에는 프로이드, 칼 융(Carl Yung, 1875-1961)과 더불어 현대 심리학의 거장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한때 프로이드의 핵심 서클에 속했으나 이후 프로이드와 결별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체계를 형성하게 되는 데, 그 과정에서 프로이드와 많은 갈등을 빚는다. 양자의 관계가 사제지간이냐 동료냐, 아들러가 신프로이드 학파에.. 2012. 4. 13.
강원도가 좋아 I. 내가 이곳 속초/고성에 내려온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이곳과 어떤 연고가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별 연고가 없다고 대답하면, 으레 그럼 왜 이곳을 노후의 삶 터로 잡았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산이 좋아서요. 바다도 가깝지요. 서울서 적당히 떨어져 있고요. 가까운 친구도 있고요”라며 주섬주섬 대답한다. 여러 가지 복합된 이유라서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워서다. 위 얘기가 다 맞는 말이다. 내가 산행을 무척 좋아 하는데 남한에 설악만 한 명산이 없다고 본다. 장엄과 수려를 다 갖췄다.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내외 설악, 남설악 어디도 쉽게 갈 수 있으니 그게 나를 크게 끌어당긴 게 분명하다. 바다도 그렇다. 지척에 탁 트인 동해가 있으니 새해 첫날 해맞이부터 여름 바다, 겨울 바다를 다 내 앞마당.. 2012. 4. 1.
겨우내 앞마당에는 봄기운이 움트고 있지만, 먼 산과 뒤뜰에는 눈이 그대로다. 그러나 그 길던 겨울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나는 지난 석 달 너머 책을 집필하느냐 온 정신을 거기 쏟았다. 겨우내 글만 쓴 셈이다. 일단 탈고를 해서 가까운 전문가 두 분에게 넘겼다. 읽고 가차 없는 논평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분들 평이 나오면 여유를 두고 한 달쯤 글을 더 다듬을 생각이다. 우선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 다음에 출판사를 찾을 작정이다. 글을 마치니 기다렸다는 듯이 감기 몰살이 찾아 와서 요즈음 고생을 하고 있다. 긴장이 풀린 탓인듯 하다.따지고 보면 집필기간 중에도 변고가 없지 않았다. 한밤중에 전화를 받으려다 헛짚어 침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손목 인대가 파열되고 허리를 다쳐 큰 고생을 했다. 의사 선생님.. 2012. 3. 20.
5Km부터 시작하세요 I. 2000년 여름학기부터 1년간 나는 캐나다 밴쿠버의 University of Columbia에 객원교수로 가 있었다. 대학도 마음에 들었지만, 대학주변의 숲이 좋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 두 시간씩 숲을 거닐었다. 그런데 역시 UBC에 객원교수로 와 있던 K교수는 장거리 달리기를 즐겨 자주 해변과 숲길을 길게 누볐고, 제법 이름 있는 밴쿠버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해서 아마추어로서는 비교적 좋은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나보다 한 10년 연하인 그는 평소 말수가 적고 조용한 은둔자형의 공부꾼이었다. 그런 그가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달리고 엄청난 체력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마라톤에 자주 도전한다는 게 무척 신기하고 멋지게 보였다. 그래서 한번은 그에게 어떻게 마라톤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 2012. 1. 24.
10000번의 클릭! I. 몇 달 전 감기약을 사려고 속초 시내 중앙시장에 있는 한 약국을 찾았다. 그런데 약사분이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 제가 가끔 선생님 블로그에 들립니다.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라는 게 아닌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기에 깜짝 놀랐다. 이럴 때면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예의 부끄럼증이 발동해, 얼굴부터 달아오른다. 어떻게 내 블로그를 아시느냐 물었더니, 그분은 “ ’좋은 교사‘에 실린 선생님 글에서 블로그 주소를 알았어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고맙다.”라는 말을 남기고 빨리 약국을 나왔다. 내 블로그 주소는 몇몇 주변에 지인들, 제자들이나 알거니 했더니, 생각지 못한 곳에서 독자를 만난 것이다. 고마운 마음이 앞서지만, 역시 부끄러움이 따른다. 벗겨진 내 몸을 모르는 사람에게 들킨 느낌 같은 .. 2011.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