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게 공부거리인 것을
I. 다소 어폐가 있는 얘기지만, 나는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로서 20세기의 중, 하반기, 그리고 21세기 초에 이르는 실로 미증유의 격동기에 내 삶을 영위해 온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할 때가 많다. 어찌 보면 모질고 잔혹한 세월이었지만, 갖가지 사건과 충격, 변화와 혁신으로 점철되는 이 드라마틱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사회과학자로서 나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직, 간접적으로 체험했고, 탐구. 고뇌, 학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 온 70여년을 되돌아보면, 세상, 특히 한국은 격세지감(隔世之感),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상투적 표현들이 무색할 만큼 급변, 격변했다. 내 뇌리에 각인된 최초의 영상(映像)은 해방 다음날 수없이 많은 군중이 환호, 작약하며 때지어 돈암동 전차길 쪽으로 몰려가던 ..
201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