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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연세대 퇴임 고별강연

“이념과잉의 시대, 중도개혁으로 ‘불임정치’ 벗어나자”

  •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연세대 퇴임 고별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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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 교육부 장관을 지낸 연세대 안병영 교수가 2007년 2월 정년퇴임을 앞뒀다. 교육부 수장 시절 중도개혁론자를 자처하며 균형 잡힌 개혁을 추진했던 안 교수는 이념적으로 극과 극으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타개할 방안을 제시했다. ‘중도에 서면 해답이 보인다’는 그의 명제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으며, 안 교수의 제언이 중도통합적 리더십으로 체제개혁에 성공한 외국 사례와 자신의 교육부 장관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귀기울여볼 가치가 충분하다. 이 글은 안 교수가 2006년 11월 30일 연세대에서 한 고별강연 원고를 직접 손질해 ‘신동아’에 보내온 것이다.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연세대 퇴임 고별강연
한국사회의 오늘은 이념과잉, 이념갈등으로 충만하다. 정치권도, 시민사회도, 언론계도, 그리고 지식인의 담론구조도 모두 첨예한 이념대립으로 점철된다. 주요한 정책 쟁점에 대해, 생각이 양극으로 쏠리고 양극으로 나뉜 세력들은 날을 세우고 치열하게 맞부딪친다. 사회의 이념갈등은 얼마간 세대 간의 갈등과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합의가 어렵고, 다툼은 있되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하면 정치는 교조화·관념화하며 정치주역들은 이념의 웅덩이에 빠져 격돌만을 일삼게 되어 끝내 정치는 교착상태에 빠진다. 이렇게 되면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정책 생산에는 소홀해지고, 민생정치와 거리가 먼 불임(不姙)정치를 낳는다.

그런 가운데 날이 갈수록 ‘중도’는 빈약해진다. ‘중도적 공론의 장’이 실종된 가운데 합의적 개혁정치도 표류한다. 이렇듯 교착정치가 장기화할 때 한국은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된다. 더욱이 2007년 대선을 겨냥해서 정치권의 이념대결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정당 간의 이념적 색채가 선명했던 유럽에서, 최근 좌파와 우파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양자가 중도에서 만나 협력정치를 추구하는 양상과 크게 차이가 난다. 이른바 ‘제3의 길’을 표방하는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기존의 사민주의 전통에서 과감히 벗어나 시장경제의 역동성과 사회정의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고, 독일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과 ‘대연정’을 구성해 고(高)실업과 불황에 허덕이는 독일경제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의 이념적 양극화, 교조화, 그리고 여기서 배태되는 정치의 난맥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 해답으로 ‘중도개혁 정치’를 제의한다. 중도적 정치 리더십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체제개혁과 효율적 정책생산을 추구할 때, 한국 정치는 ‘교착’과 ‘불임정치’의 악순환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본다. 필자는 이 글에서 ‘중도에 서면 해답이 보인다’라는 명제를 제시하고, 그 논거를 밝히고자 한다.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 갈등은 최근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핵 및 전시작통권 이양 등의 남북 문제뿐 아니라, 주요한 생활영역 곳곳에서 표출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비롯한 ‘세계화’ 논쟁, 양극화, 성장-복지 갈등, 노사 문제, 부동산정책, 과거사 논박에서 고교평준화에 이르기까지 그 그림자가 서리지 않은 영역이 없다. 또 한번 불이 붙으면 곧바로 양극화와 국론 분열로 치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사회의 과도한 이념성은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이의 뇌리 속에 교조와 환상, 거짓 신화와 허위의식, 그리고 정서의 과잉과 비(非)합리와 반(反)이성이 판을 치게 만든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도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내용에 대해 깊게 논의할 생각은 없다. 다만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적 측면에서 본다면, 대체로 보수는 자유에, 그리고 진보는 평등에 좀더 기울어진 형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자유와 평등, 양자 중 그 어느 것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 어느 한쪽의 절대가치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중도정치는 대체로 자유와 평등의 변증법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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