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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에세이

속 깊은 사람, 강희일 사장님

2018. 4. 16. by 현강

다산출판사의 강희일 사장님이 출판인으로서의 자신의 외길 인생을 담은 자전적 회고록을 내신다며,  글을 부탁했다. 내가 보낸 내용을 아래에 담는다.

 

 

 

 

                               속 깊은 사람, 강희일 사장님

 

 

 

                                                    I.

다산(茶山)의 강희일 사장님을 처음 만난 것은 내가 한국외국어대학 행정학과에 근무하던 1973년경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그와의 교유(交遊)도 어언 45, 거의 반세기 가까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당시 내가 30대 초반이었고 강희일 님은 아마 20대 말이었으니, 둘 다 정말 꽃 같은 젊은 나이였다. 강희일 님은 그때 <법문사>에서 대학교재 기획과 영업을 맡고 있었는데, 그의 진실한 성품과 훈훈한 인간미에 반해 사회과학 계열의 젊은 교수들이 그를 무척 좋아했다. 그는 비즈니스를 앞세우기보다는 늘 교수들과 인간적 유대와 신뢰 관계를 쌓는데 정성을 기울였다. 바로 그 점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강희일 님의 오늘을 있게 한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

 

강희일 님과 가까이하면서, 나는 그가 몇 가지 점에서 남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을 알고, 깊은 감동을 느꼈다. 첫째, 그는 청소년기에 신문팔이, 구두닦이, 서점점원 등 무척이나 고단한 삶을 살면서 주경야독을 거쳐 대학의 문턱을 넘었으며, 이후 늦은 나이에도 계속 학업에 대한 집념과 지식에 향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그에게는 각고면려(刻苦勉勵)의 정신이 가득 배 있었다. 두 번째, 그는 자신의 사업 성공을 넘어 한국 출판계의 발전에 기여 하고자 하는 남다른 열망과 소명감을 지녔고, 그 일에 자신의 역량과 시간의 큰 부분을 할애한다는 사실이다. 한길을 걸으며 줄기차게 공의(公義)를 추구하는 그의 모습이 크게 돋보였다. 세 번째 그는 청소년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듭되는 모진 병마(病魔)와 싸우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이에 감연히 맞서 이겨왔고,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늘 웃는 모습으로 자신의 일과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이러한 남다른 용기와 책임감이 많은 이의 전범(典範)이 되기에 족하다고 생각했다.

 

강희일 님의 <출판 외길인생>을 좀 더 살펴보자. 그는 35세 젊은 나이에 <다산출판사>를 창업했고, 몇 년 사이에 대학교재 성장 1순위 출판사로 크게 도약하여 <성장하는 기업모델>로 각광을 받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업이 일정 궤도에 이르자, 1990년대 초 이후 자신의 이상과 이념에 따라 사회활동 영역을 크게 넓힌다. 학술도서출판과 연관하여 출판문화 창달을 위한 많은 사업을 주도하고, 필요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는가 하면, 절박한 법제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는 등 국가문화사업인 출판산업의 발전을 위해 크게 헌신한다. 그는 <()한국학술출판협회> 회장 등 다수의 직책을 역임하며 열과 성을 다해 일했다. 그러면서 늘 그의 사유를 지배했던 것은 출판산업은 문화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의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며, 그 어느 것도 소홀이 할 수 없다는 신념이었다.

 

그는 평생 부지런한 공부꾼이었다. 뒤늦게 복학하여 대학을 맞췄고, 환갑에 이르러 중앙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대학에서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10여년 간 <출판편집의 실무>를 직접 가르쳤고, 2014년에는 자신의 학문과 경험의 결정체인 <한국출판의 이해>(문광부 우수학술도서)를 출간하여, 오늘까지 4판에 이르고 있다. 그는 이처럼 자신을 연마하고 실무와 학문을 연계하는 데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강희일 님은 평생 많은 병과 함께 했다. 젊은 나이에 불면증, 우울증, 편집증, 폐결핵에서 시작하여 중년 이후 관상동맥협심증과 식도암으로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아직도 병고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불퇴전의 용기를 가지고 이에 맞섰고, 병 때문에 출판인으로서의 자신의 공적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병마와 얼마간의 타협은 불가피했다. 다산출판사가 보다 성숙한 대형 종합출판기업으로 발전, 확장될 수 있는 결정적 시점에서 축소지향으로 그 방향을 바꾼 것도 실은 병 때문이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는 이제까지의 생애를 통하여 온갖 간난과 병고 속에서도 한시도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미래에 대한 도전과 끊임없는 열정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지난 반 세기 한국 출판계의 산증인인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성공과 실패는 출판계의 공동자산이라는 점을 절감하고, 이 책을 출간한다고 술회한다. 이 책에는 그의 개인적 기록뿐만 아니라, 기고문, 기사, 자료, 공공기관에 보낸 문서 등 한국 출판계의 역사를 증언할 많은 소중한 기록들이 담겨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다분히 사회사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II.

나는 연세대학교 행정학과에서 1977년에 <복지행정>이라는 과목을 처음 개설했다. 그리고 이듬해 강희일 사장님과 이 제목으로 책을 쓰기로 구두 약속을 했다. 몇 년 후 서면 계약까지 했다. 그런데 이후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실로 긴 세월이 하염없이 흘렀다. 책이 제법 진척이 되어 고비를 넘겼다 싶을 때면, 내가 중요한 학교 보직을 맡거나 정부에 들어가게 되어 한동안 손을 놓게 되곤 하였다. 그런데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면, 미리 썼던 내용이 학문적 추세에 뒤떨어져 이미 낡은 것이 되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새로운 결의로 번번히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자주, 커다란 바위를 산 꼭데기로 밀어 올려 정상 근처에 이르면 그 바위가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떠 올렸다.

 

그동안 나는 미안한 심경으로 다산에서 책 두 권을 냈다. <교육복지정책론>(김인희와 공저, 2009)<5.31 교육개혁, 그리고 20>(하연섭과 공저, 2015)이 그것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강희일 사장님과 구두 계약 40년 만에 <복지국가와 사회복지정책>이라는 바뀐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공저로 곧 출판될 새 책의 <머리글> 마지막 대목을 여기 옮긴다. 강희일 사장님의 속 깊은 인간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다산의 강희일 사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40년간 그는 줄곧 내가 언젠가 책을 끝낼 것을 믿어 주셨다. 그러면서 한 번도 책 재촉을 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그의 무한신뢰가 좋은 책을 써야겠다는 내 결의를 다지게 만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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